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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롯데 댄 스트레일리는 플라이볼 투수다. 땅볼대비 플라이볼 비율이 0.71이다. 포심 패스트볼을 기준으로 최고구속은 148㎞까지 측정은 되지만 타자를 압도할 만큼 위력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플라이볼, 특히 팝 플라이나 백네트 뒤로 넘어가는 파울이 많다는 것은 밖에서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는 의미다.
지난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스트레일리를 상대한 키움 타자들도 그랬다. 콘택트나 펀치력을 두루 갖춘 김하성 이정후 등도 연신 파울이 되거나 팝 플라이로 돌아서는 경우가 많았다. 하이 패스트볼을 기술적으로 굴리거나 변화구를 걷어 올려 안타를 뽑아내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스트레일리가 던지는 143~145㎞ 정도의 패스트볼에 타이밍이 늦거나 공 밑둥을 치는 빈도가 높았다.
패스트볼 타이밍에 스윙을 하고도 팝 플라이가 많다는 뜻은 타자가 생각하는 것만큼 공이 가라앉지 않는다는 의미다. 쉽게 말해 회전이 좋다. 롯데 관계자는 “지난해 마이너리그에서는 분당 2300~2400 rpm 정도였다. 올해는 2500rpm까지 측정된다. 꾸준히 2500대 회전수로 던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포심 패스트볼 평균 회전수가 2500rpm이면 빅리그에서도 상위권에 속한다. 스트레일리가 95~96마일(약 152~154㎞)까지 던지는 투수였다면 메이저리그에서 통할법 한 회전수다. 빅리그는 어퍼블로 타자들이 증가하는 탓에 최근 플라이볼 투수들로 스포트라이트가 옮겨가는 추세라는 게 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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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회전수만 많아서는 버티는데 한계가 있다. 이날 스트레일리는 5회까지 108개를 던졌는데, 5회말 마지막 타자인 김웅빈도 유격수 팝플라이 아웃으로 물러났다. 구위가 떨어질만 한 투구수인데도 타자들이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스트레일리와 상대한 지방구단의 한 타자는 “디셉션이 좋은 편”이라고 밝혔다. 투구를 시작한 뒤 릴리스포인트로 이동하는 과정에 공을 잘 숨겨서 던진다는 의미다. 타자 입장에서는 팔이 스윙하는 과정이 안보이니 갑자기 공이 튀어나오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된다. 140㎞대 초반이지만 타이밍이 늦어 백네트로 향하는 파울이 많은 이유다.
실제로 구단 관계자는 “왼쪽 어깨가 상당히 늦게 열리기 때문에 타석에서 공이 나오는 모습이 잘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속 160㎞를 던져도 어깨가 일찍 열리거나 팔이 벌어지면 구종이나 릴리스포인트를 읽히기 쉬운데, 공을 숨기는 동작이 좋으면 난타를 당할 확률이 떨어진다. 스트레일리가 키움 타선을 적당히 묶어준 덕분에 타자들이 경기 중반 이후 반격할 여유가 생겼다. 구속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드러낸 투구였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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