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홍승한기자]"매주 일요일 공개하는 '한사랑산악회'가 '개그콘서트'의 빈자리를 메 웠다는 댓글도 있어요."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Psick Univ)에서는 코미디의 또 다른 가능성과 미래를 엿볼 수 있다. 피식대학은 다양한 코미디 콘텐츠 사이에서 자신만의 '피식 유니버스'를 구축하며 차별화된 정체성을 갖고 있다.
MBC '개그야', SBS '웃찾사'에 이어 KBS2 '개그콘서트' 까지 사라지자 몇몇 개그맨들이 온라인 플랫폼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지상파 공채 출신 개그맨 이용주(35)·정재형(33).김민수(30)도 공개코미디에서 점차 설 무대가 줄어들자 스탠드업 코미디로 자리를 옮겼고, 이제는 유튜브에서 자신들의 재능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다수의 개그 채널이 상황극이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몰래카메라와 같은 콘텐츠로 높은 조회수를 자랑한다면, 피식대학은 과거 대학 시절을 일종의 관찰형 예능으로 풀어낸 '08학번이즈백'를 처음 선보이며 시작부터 다른 결을 선택했다.
이용주는 "처음에 '08학번이즈백'을 10편 정도 만들었는데 조회수가 300~400건 정도 나왔다. 우리도 조금 더 채널을 키우고자 해서 노출이 높은 몰카 콘텐츠를 하기도 했다. 그러다 시청자가 다시 '08학번이즈백'를 원해서 '05학번이즈백'를 시작했고 '한사랑산악회'는 완전 시트콤 형식으로 만들며 방향을 잡게 됐다. 시청자가 웃음 포인트를 이스터에그처럼 찾아주시게 좋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재형은 "충성도가 높다. 마치 드라마처럼 봐주시는 분도 계신다. 유튜브 안에서 하나의 시트콤이자 웹드라마이기도 한데 팬들이 '피식 유니버스'라는 세계관을 이름 붙여주셨다"고 덧붙였다.

피식대학의 '05학번이즈백'과 '한사랑산악회' 그리고 '로니앤스티브'는 일정 부분 캐릭터와 설정을 공유하고 있다. 또 다양한 스핀오프성 콘텐츠도 탄생하고 있는데 마치 과거 인기 코미디 프로그램처럼 피식대학이라는 채널 안에서 다양한 캐릭터가 각 코너를 넘나 들며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정재형은 "다른 채널에 비하면 구독자가 많거나 그 수에 비해 조회수가 높지 않을 수 있지만 충성도가 높다. 마치 드라마처럼 봐주시는 분도 계신다. 오픈 단독방이 생겨서 짤방이나 콘텐츠가 재생산되는데 과거와는 온도차가 느껴진다"면서 "유튜브 안에서 하나의 시트콤이자 웹드라마인데 팬들이 '피식 유니버스'라는 이름 붙여 주시기도 했다. 우리는 검색어에 잡힐 수 있는 콘텐츠도 하면서 완전 새로운 장르를 시도한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피식대학은 웃음을 위해 억지를 부리지 않았다. 캐릭터가 다소 과장된 면이 있지만 그 안에 담고 있는 모습은 과거 혹은 현재의 현실과 맞닿아 있다. 특히 '한사랑산악회'는 가족이나 부동산을 소재로 다루며 웃음과는 다른 감정과 여운을 남기고 있다.
이용주는 "각자의 취향과 개성 그리고 재주도 다르지만 하나 통일 되는 것은 하이퍼 리얼리즘이다. '이게 뭐지' 하면서 헷갈리게 하는데 유튜브 형식과 맞았다"면서 "우리는 색드립도 지양하고 성향이 독한 드립을 하거나 누구를 깔면서 웃기려 하지 않는다"고 했다.
정재형도 "예전에는 콩트를 짜면서 실제 회사원이 어떤지 몰라 현실과 멀어질 수 밖에 없었다. 우리는 일반인의 이야기를 듣고 수집해서 시청자의 인생과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채널이다. 물론 일반인 기준에서의 개그맨은 기본적으로 웃기는 것도 맞지만 여기서 더 웃기려고 상황을 불편하게 하거나 덤비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피식대학에는 셋 뿐만 아니라 여러 개그맨들이 '이택조' '반유니' '쿨제이' '희황' '길은지' '류인나' 등 다양한 캐릭터로 함께 참여하며 확장해나가고 있다.
이용주는 "이창호는 동료 개그맨인데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실력자고 폭발력이 있어서 '이택조'로 처음부터 같이 하자고 했다. '쿨제이' 김해준은 나와 동갑인 친구로 실제 동대문에서 옷을 팔기도 했다. 그리고 리듬파워도 하고 싶다고 연락이 와서 재밌게 찍었는데 출연 러브콜을 하는 가수도 적지 않다. 특히 선후배들도 연락이 많이 오는데 개그맨은 재미있는 것이 일순위다. 지금은 우리가 개맨이 제일하고 싶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 같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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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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