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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박지현!”
아산 우리은행의 경기가 열릴 때 가장 많이 들리는 이름이다. 위성우 감독뿐만 아니라 코치들까지 경기 도중 박지현(20·183㎝)의 이름을 부른다. 자유투를 내줘 경기가 잠깐 중단되면 어김없이 벤치 앞으로 불러 이런 저런 설명을 한다. 박지현은 “지난시즌에는 솔직히 못들은척 하기도 했다”고 웃더니 “감독, 코치님이 왜 부르는지 이유를 알게 되면서 지적 하나 하나가 너무 감사하다. 지금은 고마운 마음으로 내 이름이 불리는 것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우리은행에 지명돼 두 시즌을 경험한 박지현은 이번시즌 부쩍 성장했다. 지난 21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은행 2020~2021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용인 삼성생명과 1라운드 원정경기에서는 자신의 한 경기 최다인 23점을 몰아치는 활약으로 팀 대승을 이끌어냈다. 에이스 박혜진이 빠진 상황이라 공수 모두 당양한 옵션을 소화해야 하는데, 경기당 평균 17.5점에 10.5리바운드로 거의 매경기 더블 더블로 화답 중이다. 그런데도 박지현은 경기 도중 위 감독의 소위 ‘레이저 눈빛’을 가장 많이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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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감독은 “여자농구의 국제경쟁력 강화 측면에서도 (박)지현이는 다른 선수들보다 빨리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가진 기량이나 가능성은 고교 때부터 정평이 나있다. 고교 시절인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선발됐으니, 국제 경험도 이미 시작된 셈이다. 위 감독은 “여자농구에는 박지수라는 기둥이 있다. 내년 도쿄올림픽이 끝나면 김단비(신한은행)를 포함한 베테랑들의 뒤를 이을 선수들이 나타나야 한다. 지현이를 포함해 각 팀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더디면, (박)지수도 나이를 먹게 된다”고 뼈있는 말을 했다.
2024년 파리 올림픽에도 여자 농구가 본선 진출에 성공하려면 박지수를 중심으로 한 새 대표팀이 필요하다. 선배 한 두 명이 밸런스를 잡아줄 수는 있지만 장기적 관점으로 보면 다음 세대에 배턴을 넘겨주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용인 삼성생명 임근배 감독도 “박지현을 포함해 윤예빈(삼성생명) 김민정(국민은행) 한엄지, 김연희(이상 신한은행) 등 각 팀에 기대주 두 세 명 정도가 있다. 외국인선수 없이 치르는 이번 시즌을 통해 국내 선수들이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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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을 향한 각 팀 감독의 시선이 다르지 않다는 의미다. 대들보로 자리매김해야 할 선수라 성장세가 빠를 수록 좋다. 위 감독은 “지현이에게 ‘네가 빨리 성장해야 한국 여자농구를 끌어갈 수 있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본인이 버거워할 정도로 많은 주문을 하지만, 스스로 생각해 소화할 수 있는 것부터 경기를 치르면서 익혀가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박혜진이 빠진 상황이 역설적으로 박지현에게는 성장세를 끌어올릴 기회이기도 하다.
본인도 의욕이 있다. 박지현은 “만족스러운 경기를 한 기억이 없는 것 같다. 23점을 올렸지만, 실수한 게 더 생각난다. 팀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이제는 보탬이 될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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