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1위 자리 내주고 고개숙인 울산 현대
울산 선수들이 25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6라운드 전북 현대와 경기에서 0-1로 패한 뒤 팬들에게 고개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울산 | 박진업기자 upadn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지난 25일 울산 현대가 안방에서 전북 현대에 0-1로 져 2위로 내려앉은 뒤 구단 SNS는 팬의 분노와 원성으로 가득했다.

직전 포항 스틸러스전 0-4 대패에도 전북전 승리를 바라보며 울분을 삼킨 서포터 처용전사를 중심으로 한 팬들이 허망한 2위 추락에 폭발한 것이다. 한 팬은 ‘꼴도 보기 싫다. 유니폼을 다 불태웠다’, ‘이제는 속지 않겠다’ 등 2년 연속으로 우승 문턱에서 미끄러지는 현실에 강한 어조로 불만을 보였다. 반면 ‘이렇게 또 속아도 (최종전에) 가서 후회하겠다’, ‘그래도 끝까지 가서 봐야 기적이라도 일어나지 않겠나.’며 1% 기적이라도 바라보겠다는 팬도 다수였다.

울산 SNS는 최근까지 이렇게 상반된 반응의 팬 댓글이 가득하다. 학창시절부터 처용전사 서포터로 20년간 활동했다는 황선욱(35) 씨는 “최종전 티켓을 예매했다. 솔직히 우승 가능성이 작아져서 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괜스레 우승 여부와 관계없이 마무리를 어떻게 하는지 보고 싶더라”며 “15년 만에 우승이 어려워진 가운데 팬의 마음은 오락가락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느 때보다 팬의 상심이 큰 상황에서 울산은 내달 1일 오후 3시 울산문수경기장에서 광주FC를 상대로 ‘하나원큐 K리그1 2020’ 최종라운드를 치른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단 한 가지다. 광주를 이기고 같은 시간 대구FC와 최종전을 치르는 전북이 패하는 것이다. 그러면 울산은 전북과 승점 57 타이를 기록한다. 다만 현재 다득점에서 7골이나 앞서 있는 만큼 이런 결과만 나온다면 재역전 우승이 가능하다.

울산 지지자들은 우승이라는 결과물을 대체로 내려놓고 자존심을 내건 마지막 승부를 기대하고 있다. 울산 출신으로 15년 전 K리그 우승 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이정호(41) 씨는 “최근 경기를 보면 상대보다 간절함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광주전에서는 끝까지 모든 것을 쏟아붓는 축구를 보고 싶다”며 “(김도훈) 감독께서도 말씀하셨지만 전북을 이기지 못한 상황에서 (기적적으로) 우승한다고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못할 것 같다. 우리만의 축구를 잘 보여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절치부심한 울산도 베테랑을 중심으로 명예 회복에 나선다. 이근호, 이청용을 중심으로 선수단 미팅을 통해 결속력을 다지고 있다. 특히 지난 전북전에서 헤딩 실수로 결승골 빌미를 제공한 수비수 김기희와 최근 골레이스가 주춤한 주니오 등 공수 주력 요원이 광주전을 앞두고 축구화 끈을 바짝 동여매고 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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