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포효하는 두산 플렉센, 라모스까지 11개째 삼진
두산 선발투수 플렉센이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LG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6회초 2사 1루 상황에서 LG 라모스를 삼진으로 잡아낸 뒤 포효하고 있다. 플렉센은 6회까지 11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2020. 11. 4. 잠실 | 박진업 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소문난 잔치에 초반부터 먹을 것 많았다. 양팀 선발투수가 나란히 화끈한 구위를 선보이며 포스트시즌 잠실더비에 불을 붙였다. 메이저리그(ML) 유망주 출신 두산 크리스 플렉센(26)과 LG 슈퍼루키 이민호(19)가 파워피칭을 앞세워 7년 만의 포스트시즌 잠실더비 오프닝을 장식했다. 두 투수 모두 힘으로 상대 타자를 압도했는데 두 번째 구종의 완성도가 둘의 희비를 갈라 놓았다.

패스트볼은 둘다 더할 나위 없었다. 플렉센은 장신의 키를 이용해 위에서 내리 꽂는 150㎞ 패스트볼로 LG 타자들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이민호 또한 140㎞ 후반대 무빙 패스트볼로 두산 타자들의 정타를 피했다. 하지만 패스트볼과 조화를 이루는 두 번째 구종에서는 큰 차이를 보였다. 플렉센이 커브를 앞세워 LG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은 반면 이민호는 두 번째 구종인 슬라이더가 한 가운데로 몰렸다. 플렉센의 커브, 이민호의 슬라이더의 로케이션 차이가 경기 중반 분위기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지난 겨울 두산이 기대했던 최상의 시나리오가 펼쳐졌다. 두산은 빅리그 보장 계약을 맺은 조쉬 림드블럼과 작별하며 플렉센이 린드블럼처럼 한국에서 진화하기를 바랐다. 그리고 플렉센은 두산의 기대대로 지난해보다 다양한 구종을 구사하며 완성형 투수로 거듭났다. 지난해까지는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투피치에 가까운 투수였으나 두산 유니폼을 입은 후 커브와 체인지업까지 네 가지 구종을 구사하고 있다. 특히 커브는 모두가 놀랄 만큼 빼어난 완성도를 자랑한다. 150㎞ 패스트볼과 120㎞대 커브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예측하지 못하면 칠 수 없는 투구를 펼친다.

LG 류중일 감독 또한 “플렉센과는 개막 시리즈 이후 처음 만난다. 플렉센이 한 번 부상으로 이천에 갔다왔다고 들었는데 이후 완전히 달라졌다. 구위도 좋지만 커브가 정말 엄청나더라. 이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지 모르겠다”고 혀를 내둘렀다. 실제로 플렉센은 이날 패스트볼과 커브를 자유롭게 섞으며 삼진 쇼를 펼쳤다. 6회까지 무려 11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다. 한국 무대 첫 포스트시즌 등판이었는데 전혀 흔들리지 않고 마운드를 지켰다.

[포토] LG 이민호, 아쉬운 4회 교체...
LG 트윈스 이민호가 4일 서울 잠실 구장에서 진행된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0-3으로 뒤진 4회 허경민을 사구로 출루시켜 만루 위기를 자초한 뒤 교체되고있다. 2020.11.04.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반면 이민호는 슬라이더로 인해 고개숙였다. 1회말 무사 1루에서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에게 던진 슬라이더가 우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포로 이어졌다. 패스트볼과 구속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실투성으로 들어오면 장타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좌타자의 스윙 궤도에 걸릴 수 있다. 4회말에도 그랬다. 1사 1, 3루에서 오재원에게 던진 슬라이더가 가운데로 몰렸고 오재원은 우중간 펜스를 강타하는 적시 2루타를 터뜨렸다.

포스트시즌에서 선발투수는 상대팀 전력분석 대상 1호다. 두산은 경기 내내 타자들이 빠른 타이밍에서 스윙하며 이민호의 실투를 기다렸다. 반면 LG는 플렉센의 커브에 대처할 마땅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 이따금씩 몰린 패스트볼에 배트를 냈지만 파울에 그쳤다. 두 번째 구종의 차이가 경기 중반까지 두 선발투수는 물론 양팀의 희비도 갈라놓았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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