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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종편에 이어 지상파 채널까지 가세한 트로트 오디션 열기가 방송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가운데, 반사적으로 색다른 음악을 듣고 싶어하는 이들을 위한 오디션 프로그램들도 시청자들의 눈길을 붙잡고 있다. JTBC ‘싱어게인’과 Mnet ‘포커스’가 그 주인공이다.
‘싱어게인’은 아직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거나, 대중으로부터 잊힌 비운의 가수들이 다시 무대에 설 수 있도록 돕는 리부팅 오디션을 표방한다. ‘싱어게인’의 가장 큰 특징은 참가자들을 이름이 아닌 번호로 호칭한다는 것. 그리고 이러한 제작진의 의도는 제대로 통했다. 노래는 익숙하지만 누가 불렀는지 모르는 무명가수, 한때 유명 팀에 속했지만 개인으로서는 누군지 모르는 전직 아이돌, 그리고 아예 진짜 무명인 ‘찐무명’ 가수 등 이름이 아닌 번호표를 붙인 참가자들의 무대는 더 큰 반전과 짜릿함을 선사하고 있다.
‘싱어게인’이 잊혀진 가수를 소환한다면 ‘포커스’는 주류에서 밀려났던 포크 장르에 초점을 맞춘 오디션이다. 1970년대를 풍미했던 포크 음악의 매력을 전면에 내세운다. 차세대 포크·어쿠스틱 뮤지션을 발굴한다는 취지를 담은 ‘포커스’는 아이돌 음악과 트로트 장르가 잠식한 요즘 음악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차별화에 나섰다. 연출을 맡은 오광석 PD는 “코로나19 사태로 힘들어하는 대중을 위로할 수 있는 음악 장르가 무엇일지 고민한 끝에 나온 것이 포크”라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에 출범한 두 프로그램이 트로트 일색인 방송가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도 집중된 상황이다. 현재까지는 트로트의 피로감을 호소하는 대중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하며 긍정적인 반응이다. 자극적인 ‘악마의 편집’ 대신, 무대가 필요한 가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주류에서 밀려났던 장르를 다시 조명하며 시청자에게 위안을 선사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받는 이유다.
‘싱어게인’은 구구절절한 스토리보다는 무대에 다시 오르고 싶은 출연자들의 진정성을 노래에 담으려 했고, 아이돌 그룹 크레용팝의 멤버 초아, 재주소년 박경환, 레이디스코드 소정 등이 시청자들의 관심을 얻고 있다. ‘포커스’는 포크 장르 특징인 소박하지만 진솔한 노랫말과 따뜻한 메시지로 ‘힐링’이 필요한 대중을 위로하겠다는 취지다. 가수 유승우, 포크 밴드 호아, 신예 신예원 등 화려하진 않지만, 기타를 연주하며 화음과 멜로디로 무대를 꾸미는 참가자들이 주목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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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결과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싱어게인’과 ‘포커스’는 트로트 일색인 방송가에 전혀 다른 음악 어법으로 도전하고 있다는 점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한 방송 관계자는 “최근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악마의 편집’이나 출연자의 화제성에 기대는 경향이 적지 않다. 물론 ‘싱어게인’과 ‘포커스’도 이를 완전히 벗어날 순 없겠지만, 불필요한 포장 없이 출연자들의 무대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여타 타 오디션 프로그램들처럼 단순히 몇몇 출연자만 이슈가 되고 끝나버리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까라는 우려의 시선 역시 존재한다. 최근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우승자들 뿐만 아니라 트로트라는 장르 자체가 주목받은 것처럼, ‘싱어게인’의 무명 가수들이 인생의 전환점을 맞고 ‘포커스’를 통해 포크 장르도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 방송 PD는 “‘슈가맨’에서는 양준일, 태사자, 이수영이 추억의 가수로 소환돼 제2의 전성기를 맞은 만큼, 같은 제작진이 다시 뭉친 ‘싱어게인’을 통해 무명 가수들이 방송 후에도 가요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길 바란다”며 “또한 장재인, 김필 등 ‘슈퍼스타K’를 통해 포크 장르를 시도한 참가자들도 스타대열에 오른 바 있다. 편향적인 요즘 음악 트렌드 속에서 비주류 음악으로 꼽히던 포크 장르도 새로운 전성기를 맞을지 지켜봐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JTBC, 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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