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방역 당국 지침에 따라 진행 방식은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합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주춤할 기세를 보이지 않고, 당장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돼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지만 현재까지 지상파3사 모두 연말 시상식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최대한 각종 행사나 모임을 자제해 달라고 권고한 상황에서 다수의 인원이 모일 수밖에 없는 시상식을 예정대로 진행하는 것이 맞는지는 의문이다. “방역 지침을 준수했다”고 하지만 실상은 보여주기식에 그친 것이 아닌가라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온다.
2020년 연말 시상식의 첫 포문은 지난 18일 KBS ‘가요대축제’가 열었다. 우려대로 녹화 첫날부터 코로나19 여파로 곤욕을 치렀다. 골든차일드 멤버 봉재현이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접촉자로 확인된 NCT, 세븐틴 등 타 그룹 멤버들도 차례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아 가요대축제 사전 녹화에 일부 차질이 빚어졌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코앞으로 다가온 방송 3사 연말 가요 시상식은 일정 강행을 예고한 상태다. 25일에는 SBS ‘가요대전 in 대구’가 31일에는 MBC ‘가요대제전’이 열린다. 특히 ‘가요대전’은 방탄소년단이 출연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많은 인원이 몰릴 것을 우려한 대구시민들이 해당 공연을 취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무대는 사전 녹화를 한 뒤 일부 출연진과의 인터뷰를 생방송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지만 많은 팬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돼 시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한 상태다.
가요뿐 아니라 방송 시상식도 연이어 열린다. 19일에 진행된 SBS ‘연예대상’을 시작으로 24일에는 KBS ‘연예대상’, 29일에는 MBC ‘방송연예대상’이 치러진다. MBC ‘연기대상’은 30일에, KBS와 SBS ‘연기대상’은 31일에 나란히 전파를 탄다. 먼저 첫 삽을 뜬 SBS ‘연예대상’은 참석자 얼굴을 본뜬 마스크, 거리두기용 트로피 전달대 등 방역 지침 준수를 위한 이색적인 장치를 마련했으나 오히려 코로나19를 개그 요소로 활용한 것이 아니냐는 역풍을 맞고 있다.
|
이같은 비난 여론에도 방송사가 연말 시상식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따로 있다.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보장하는 시상식은 광고 수익과 직결되는, 그야말로 방송사 입장에선 ‘연말 특수’와 같기 때문이다. 한 지상파 관계자는 “특히 올해처럼 유튜브·OTT 등의 강세로 지상파 콘텐츠가 부침을 겪은 상황에서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보장하는 시상식은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카드다”라고 속사정을 털어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연말 시상식은 한 해를 결산하는 의미있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그건 일면일 뿐, 톱스타들이 한자리 모이는 자리라 광고, 협찬 등으로 인한 수입이 상당하다. 문자투표나 화면에 등장하는 PPL 부가수입 역시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강행되는 연말 시상식에서 사실 가장 불안한건 출연자들이다. 방송 행사의 특성상 출연자들간의 대면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 소속사 관계자는 “출연자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무대에 오르는 것 자체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앞서 시상 과정이 생방송으로 진행된 ‘MAMA’에서 확진자와 동선이 겹쳤던 참석자들은 어쩔 수 없이 2주간 자가격리를 하기도 했다. 해당 관계자는 “그렇지만 방송사 행사라 불참하기도 쉽지 않다. 방송사 측에서도 최대한 방역 조치를 꼼꼼하게 하겠지만 결국 참석자들 각자가 철저히 개인 방역에 힘쓰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일각에서는 예전부터 꾸준히 제기돼온 지상파 3사 통합 시상식을 열거나, 해외 사례처럼 비대면으로 수상자만 발표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9월 열린 미국 에미상은 레드카펫 행사를 취소하고 배우, 제작진, 관객 없이 완전한 비대면 행사를 열고 수상자들에게는 집으로 트로피를 배달하는 새로운 시도를 선보였다. 이에 각 방송사도 ‘최후의 보루’로 여겨온 비대면 시상식을 적극 검토하고 나섰다. 가장 먼저 있을 24일 KBS ‘연예대상’는 일부 출연자만 참석하는 방안과 진행자를 제외한 모든 출연자를 화상으로 연결하는 방안 등 다양한 방식을 두고 고심 중이다. 그러나 한 관계자는 “일정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촬영 장비 부족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아 해외처럼 완벽한 비대면 행사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행사 방식에는 변화를 주겠다고 했지만, 방송 3사는 일단 정해진 시상식 일정을 그대로 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지상파 3사 모두 PD나 작가 등 제작진을 최소한으로 구성하고 무관객, 비대면, 동선 최소화 등으로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세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시청자들의 우려와 비판까지 면치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KBS, MBC, SBS
기사추천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