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키움 서건창, 삼진 아웃의 아쉬움
키움 서건창이 2020년 10월 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KBO리그 NC의 경기에서 삼진 아웃을 당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고척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프로선수의 가치는 연봉으로 환산된다. 프리에이전트(FA) 등급제에서도 가치의 기준은 연봉이다. 처음 FA 자격을 얻은 선수의 경우 소속팀내 연봉 랭킹 3위 이내, 그리고 전체 연봉순위 30위 이내인 선수는 A등급을 받는다. 팀내 상위 3명, 리그 전체로 봐도 30번째에 포함되는 선수의 시장 가치를 A급으로 보는 것이다.

문제는 시장 평가와 등급이 늘 일치할 수 없다는 데에 있다. 등급에 따라 보상규모가 결정되는데 당연히 A등급보다는 B등급, B등급 보다는 C등급이 보상규모가 작다. A등급 보상규모는 보호선수 20인외 선수 한 명+연봉 200%, 혹은 보상선수 없이 연봉 300%다. B등급 보상규모는 보호선수 25인외 선수 한 명+연봉 100% 혹은 연봉 200%다. 그리고 C등급 보상규모는 보호선수 없이 연봉 150%다. 시장은 기량이 뛰어나고 보상규모도 적은 FA를 선호한다. A등급 FA와 B등급 FA가 나란히 나왔는데 둘의 기량 및 미래 가치가 비슷하다면 B등급 FA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FA 등급제가 처음 적용된 올해의 경우 FA 신청자 16명 중 15명이 A등급 혹은 B등급이었다. C등급은 LG 김용의가 유일했고 김용의는 일찌감치 LG와 계약을 맺었다. 메이저리그(ML)에 진출하면서 처음 FA가 되기까지 16년이 걸린 박병호 같은 경우를 제외하면 C등급 선수를 두고 영입 경쟁이 벌어지는 일은 흔치 않을 전망이다. 박병호는 프로 17년차 시즌을 마무리하는 다음 겨울 C등급 FA가 된다.

즉 앞으로 FA 시장 흐름은 등급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A등급이 B등급보다 시장 가치가 낮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몇몇 구단이 만 38세가 되는 최형우를 바라봤던 것도 최형우가 B등급 FA였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보상 규모의 차이보다는 20인 보호와 25인 보호에서 오는 차이가 크다고 본다. 한 구단 관계자는 “20인 보호 명단에는 아쉽게 빠지는 유망주 혹은 베테랑이 나온다. 그러나 25인 보호 명단에서는 지켜야 하는 선수는 거의 다 지킬 수 있더라”고 설명했다.

[포토]키움 한현희, 매섭게!
키움 한현희가 지난해 9월 1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KBO리그 롯데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고척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선수와 에이전트는 시장 흐름을 읽고 FA에 앞서 등급 낮추기에 집중했다. 일 년 후 FA가 되는 서건창과 한현희 모두 연봉협상 테이블에서 일부러 삭감 혹은 동결을 주장했다. 지난해 연봉 3억5000만원을 받은 서건창은 연봉이 동결되거나 3000만원 이하로 삭감될 경우 A등급 FA가 된다. 지난해 연봉 2억9000만원을 받은 한현희도 연봉 3000만원이 오르면 A등급이다. 둘다 올해 연봉보다 FA 계약시 받는 돈이 월등히 많은 것을 고려해 연봉을 낮춰 B등급을 선택했다. 서건창의 경우 처음 구단이 제시한 삭감액 3000만원에 무려 9500만을 더 삭감해 연봉 2억2500만원이 됐다.

선수가 약 1억원 규모의 연봉 삭감을 요청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중소형 FA의 미아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만든 FA 등급제의 사각지대가 노출된 것이다. A급 FA가 고의적으로 B등급이 되면서 시장 경쟁력을 높였다. 상황에 따라선 같은 팀 선수들끼리 서로 등급을 낮추려고 충돌하는 촌극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키움은 박병호, 이정후, 최원태가 연봉 랭킹 상위 3위에 자리하고 있다. 만일 셋 중 한 명이 없었다면 서건창과 한현희가 서로 연봉을 낮춰 4위가 되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2년 전 KBO 실행위원회(단장회의)에서는 FA 등급제보다는 ML식 퀄리파잉오퍼가 시장에 적합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등급제로 결론이 났고 등급제는 실행 1년 만에 맹점을 드러냈다. 다음 겨울 서건창의 이번 연봉 삭감이 두둑한 FA 계약으로 돌아온다면, 의례적으로 예비 FA 대다수가 연봉삭감을 요청할 수도 있다. 이전까지는 예비FA 프리미엄으로 실제 연봉고과보다 웃돈을 받는 경우도 많았다. 구단은 향후 보상금을 염두에 두고 어느 정도 인심을 썼던 게 사실이다. 내년 협상에서는 구단은 ‘올려주겠다’하고 선수는 ‘깎자’는 해프닝이 더 많이 연출될 수도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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