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은 신승찬
2016 리우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복식에서 동메달을 딴 정경은(오른쪽)-신승찬이 특정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제공=정경은

[스포츠서울 김경무전문기자] 2021년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발전에 “부정 심사 의혹이 있다”며 정경은(31·김천시청)이 낸 청와대 국민청원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스포츠서울 1월29일 단독보도). 지난 28일 국민청원에 접수돼 29일부터 국민청원 참여가 시작됐는데, 31일 오후 2시 현재 청원 동의가 2500명을 넘어서는 등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정경은은 2016 리우올림픽 때 신승찬과 함께 여자복식 동메달을 따내는 등 한국 셔틀콕 여자복식 간판스타로 활약했다. 한국 배드민턴이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따낸 유일한 메달이었다. 정경은은 백하나와 함께 현재 여자복식 세계랭킹 10위에 올라 도쿄올림픽 레이스 중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지난 18일부터 23일까지 전북 무주군 군민체육센터에서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석연치 않은 이유로 탈락했다. 올림픽 레이스 중인 선수 중 유일하게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그러자 정경은은 억울함을 호소하는 장문의 글을 직접 작성해 청와대 국민청원에 접수했고, 29일에는 서울 서대문구 충청로 스포츠윤리센터(센터장 이숙진)를 방문해 진상을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 문체부 관계자는 31일 “스포츠윤리센터에서 직접 조사에 나설 것이다. 저희는 조사기능이 없어 배드민턴협회에 사실 요청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경은 국민청원 2500명 넘어
지난 29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정경은의 글에 참여동의가 31일 오후 2시 현재 2500명을 넘어섰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정경은 호소문 내용 앞부분은 이렇다. “이해할 수 없는 결정으로 너무나 원통하고 괴로워 저의 사정을 호소드리오니 부디 저의 억울한 마음을 살펴주셔서 두번 다시 저와 같은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간청드립니다. 그동안 체육계에 크고 작은 비리와 사건 사고들은 많이 들어왔었지만, 제가 희생양의 당사자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종목마다 선수선발에 대한 비리와 부정은 뉴스로만 듣고 남의 일처럼 여기며 운동에만 전념해 왔었는데 저에게 꿈같은 일들이 현실이 되리라곤 상상도 못했습니다.”

이번 선발전에서 여자복식에는 모두 24명이 출전했다. 앞서 배드민턴협회는 이소희(27), 신승찬(27), 김소영(29), 채유정(26·이상 인천국제공항), 공희용(25·전북은행) 등 5명은 ‘세계랭킹 상위선수’로, 그리고 장예나(32·김천시청), 김혜린(26·인천국제공항) 등 2명은 ‘올림픽 참가 경합 선수’라는 이유로 선발전을 치르지 않고 국대로 자동선발했다. 올림픽 참가 경합 선수 중 세계 10위인 정경은-백하나만 빠졌다.

선발전에서는 2명이 부상 등으로 중도포기한 가운데 22명이 파트너를 바꿔가면 경기를 치렀고 1~5위를 차지한 선수들이 국대로 뽑혔다. 그런데 대한배드민턴협회 경기력향상위원회(위원장 대행 이득춘 김민섭)는 선발기준을 평가전 ‘승률점수’ 50%, 심사위원 ‘평가점수’ 50%로 정해 논란을 빚도록 만들었다. 승률이 아무리 좋더라도 평가점수가 낮으면 국가대표에 선발될 수 없는 선발기준이다. 심사위원이 나쁜 마음을 먹으면 특정선수를 탈락시키고 특정선수를 뽑을 수 있는, 시대에 뒤떨어진 선발방식인 것이다.

여자복식 심사위원 평가점수표
스포츠서울이 단독입수한 여자복식 심사위원 평가점수표

실제 평가점수표를 보면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1위 선수는 승률점수 50, 평가점수 48.375로 총 98.375의 매우 높은 점수를 받았다. 국대로 선발된 상위 5명은 승률 점수에서는 30~50을 받았는데, 심사위원 평가점수는 47.75~49.25까지 매우 높다. 그러나 세계랭킹 10위이고,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에도 같은 팀의 장예나와 함께 2개 대회 여자복식에서 우승한 정경은은 21점 밖에 얻지 못했다.

평가점수는 심사위원 6명의 평가점수 중 최고와 최저 점수를 뺀 뒤 4명의 것으로만 매겨진다. 그런데 1~5위 점수는 50점 만점에 최고 49.25까지 나왔다. 특히 정경은은 21점에 그친 반면 그의 국제무대 파트너인 백하나는 두배도 넘는 48.875를 받았다. 결국 정경은은 승률 점수 35를 합쳐 총 56점을 받아 9위로 밀리며 탈락했다. 정경은보다 승률이 낮은 선수가 5위로 발탁됐다.

정경은은 이에 대해 “승률이 좋다고 하더라도 심사위에서 평가점수만으로도 얼마든지 부정과 조작이 가능한 선발제도”라고 비판했다. 이번 선발전에서 이경원, 김용현, 배기대 등 3명의 국가대표 복식 코치, 그리고 임방언 KGC인삼공사 감독, 손진환 당진시청 감독, 서원식 백석대 교수 등 6명이 심사위원을 맡았다. kkm100@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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