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홍창기 지도하는 LG 류지현 감독
LG 류지현 감독이 지난달 2일 오전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진행된 스프링캠프 중 홍창기에게 수비 지도를 하고 있다. 이천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지난해 LG 야수진 최고 히트작은 외야수 홍창기(28)였다. 오랫동안 유망주로 머물러 있던 홍창기는 리드오프로서 출루율 0.411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1군에서 규정타석을 채웠다. 리그 출루율 부문 6위에 올랐고 신인왕 투표 2위에 자리하며 두꺼운 LG 외야진의 한 축으로 올라섰다.

드러난 결과보다 놀라운 것은 과정이었다. 홍창기는 마치 10년차 베테랑 선수처럼 정교한 선구안을 앞세워 투수를 괴롭혔다. 미세하게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공에도 배트가 나오지 않았고 가운데로 몰린 실투에는 우중간을 가르는 장타로 응답했다. 과거에는 빠른 공에 약점을 노출하기도 했으나 히팅포인트를 꾸준히 앞으로 가져가며 타구질 향상을 이뤘다. 심판마다 스트라이크존의 차이가 있는 만큼 이따금씩 바깥쪽 공에 선 채로 삼진을 당하기도 했으나 홍창기는 흔들림없이 자신의 스트라이크존을 유지했다.

그리고 홍창기의 이러한 모습은 LG 류지현 감독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류 감독은 지난해 LG 타자들의 기록을 살펴보며 삼진 비율에 주목했다. 그는 “작년 우리 타자들이 당한 삼진 중 80%가 헛스윙 삼진이었다. 루킹 삼진은 20% 밖에 안 됐다”며 “지표를 보고 창기에게 ‘정말 잘 하고 있다. 더욱 네 존에 대한 확신을 가져라. 흔들리지 말고 그대로 가라’고 칭찬했다”고 밝혔다. 덧붙여 류 감독은 캠프 기간 야수들과 미팅에서 “루킹 삼진을 두려워하지 마라. 루킹 삼진도 자신의 존에서 벗어난 공이라면 괜찮다”고 전했다.

자칫하면 오해를 부를 수 있는 발언이다. 흔히 야구에서 타격은 공격으로 칭한다. 타자가 타석에 서는 주된 이유도 배트를 휘둘러 타구를 만드는 것이다. 공격자가 공격하지 않는 것은 임무를 어기는 일로 비춰질 수 있다. 수많은 야구인들이 결과를 내지 못한 채 물러나는 루킹 삼진을 금기시한다.

하지만 류 감독의 발언은 결코 공격을 주저하라는 뜻이 아니다. 류 감독은 “사실 나도 얘기를 꺼내기 전에 고민을 많이 했다. 나 또한 옛날 야구를 했고 당시에는 루킹 삼진을 금기시했다. 지금도 루킹 삼진을 당하면 안 된다는 게 보편화된 인식”이라면서도 “내가 강조하는 것은 자신 만의 스트라이크존이다. 각자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확신을 가졌으면 좋겠다. 심판마다 존이 다른 것을 어쩔 수 없다. 그런데 루킹 삼진을 피한다는 생각이 강하면 공을 따라가면서 자신의 존이 흔들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홍창기가 그랬듯 좋은 타자들은 자신 만의 타격존이 뚜렷하다. 키움 이정후가 프로 첫 해부터 맹활약을 펼친 비결 또한 자신 만의 존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같은 스트라이크존이지만 타자마자 강한 로케이션이 있고 약한 로케이션이 있다. 이에 맞춰 자신 만의 존을 형성하게 된다.

류 감독의 시선은 어느 정도 존이 확립된 베테랑 선수보다는 신예 선수들에게 향한다. 무조건 루킹 삼진은 안 된다는 잘못된 고정관념으로 선수가 방향성을 잃는 것을 지양한다는 뜻이다. 끝까지 자신의 존을 지키며 1군 선수로 자리매김한 홍창기와 같은 타자가 꾸준히 나오기를 바라는 류 감독이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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