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미나리

[스포츠서울 김선우기자]한국 영화 새 역사를 쓴 ‘기생충’에 이어 ‘미나리’가 배턴을 이어 받아 연일 꽃길을 걷고 있다. 두 작품은 닮은 듯 다르다.

지난 2019년 5월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제목이 주는 강렬한만큼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신선한 충격에 빠트렸다. “다 계획이 있었구나”라던 영화 속 대사처럼 ‘봉테일’ 봉준호 감독 특유의 섬세함이 담겨있었고, 계급 없는 계급갈등과 빈부격차를 위트있게 블랙코미디로 풀어냈다.

그 성적표는 대단했다. 국내에서 100만 관객을 돌파했고, 해외의 유명 시상식에서도 진가를 인정받았다. 제72회 칸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 종려상을 받았고,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에서는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으로 4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기생충’과 기분 좋은 평행이론을 이어가는 ‘미나리’의 앞길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기도 하다. ‘미나리’ 역시 지난 15일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 발표에서 총 6개 부문에 올라 수상 여부를 기대케 했다. 앞서 ‘기생충’ 역시 6개 부문에 올라 4관왕을 수상했기에 더욱 높은 가능성이 점쳐지는 것.

하지만 다른 점은 ‘기생충’의 경우 수상까지는 실패했지만 편집상, 미술상 후보 등에 올라 작품 자체에 대한 관심도가 높았다. 하지만 ‘미나리’는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 노미네이트에서 알 수 있듯 작품 뿐 아니라 배우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점이다. 이미 여러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스티븐 연), 여우조연상(윤여정), 아역상(앨런 김) 등을 통해 관심을 입증했고, 아카데미에서는 최초 노미네이트에 이어 윤여정과 스티븐 연이 트로피까지 들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또한 ‘기생충’의 경우 한국에서 제작, 배급이 이뤄지고 주요 스태프, 출연진 모두 한국인이었던만큼 해외에서의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반해 ‘미나리’는 제작 및 배급사 모두 미국이다. 브래드 피트가 설립한 플랜B의 자본이 투입됐고, 한국계 미국인인 스티븐 연이 출연 뿐 아니라 제작자로도 참여했다. 때문에 오히려 ‘미나리’는 국내 개봉 이전부터 해외에서 먼저 가능성을 인정받고 국내에서도 입소문을 탄 케이스다.

나아가 ‘기생충’과 ‘미나리’ 모두 한 가족의 이야기를 메인 서사로 이끌고 가지만, ‘기생충’이 블랙코미디였다면 ‘미나리’는 드라마 장르다. 한예리도 “‘제2의 기생충’으로 꼽히다보니 ‘기생충’을 기대하실까 우려된다”고 부담감을 토로한 바 있다. 그러나 봉준호 감독은 “‘미나리’는 보편적이고 아름답다”며 ‘제2의 기생충’ 이상의 극찬을 전했다.

‘기생충’에 이어 ‘미나리’까지, 한번도 나오기 힘들다는 오스카에 2년 연속 입성하게 됐다. 달라진 영화계 분위기를 몸소 체험할 수 있다. ‘미나리’는 또 하나의 역사를 이뤄낼 수 있을까. 이목이 집중된다.

sunwoo617@sportsseoul.com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주)판씨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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