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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이유없이 이뤄진 전진배치가 아니다. 38홈런 타자 로베르토 라모스가 2번에서 상대를 압박하고 OPS(출루율+장타율) 0.821 오지환이 9번에 자리한 데에는 언제든 8번에서 펼칠 수 있는 히든카드가 있기 때문이다. 경기 중반 8번 타순부터 중심타순까지 빅이닝을 만드는 게 올시즌 LG가 그린 청사진이다.
이미 리허설은 마쳤다. 시범경기에서 LG는 9번 오지환, 1번 홍창기, 2번 라모스, 3번 김현수, 4번 이형종, 5번 채은성 타순을 꾸준히 가동했다. 우천으로 취소된 지난 3일 창원 NC 개막전에서도 LG는 홍창기(중견수)~라모스(1루수)~김현수(좌익수)~이형종(우익수)~채은성(지명타자)~김민성(3루수)~유강남(포수)~정주현(2루수)~오지환(유격수)으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주목할 타순은 8번이다. 시범경기 기간에는 2번 라모스와 9번 오지환에 관심이 집중됐지만 매경기 승리를 바라보는 정규시즌에서는 8번 타순이 승부수를 던지는 공간이 될 전망이다. LG 류지현 감독은 개막전을 이틀 앞둔 지난 1일 “오지환을 9번에 넣은 것은 타격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면서 체력안배를 생각했기 때문이다. 9번에 넣었다고 오지환 타석에서 대타를 기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류 감독은 “작년까지 우리는 9번 타순에 대타를 많이 넣었는데 올해는 8번이 그 자리가 될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경기 초반이나 중반에도 승부수를 던질 수 있다”면서 “우리 선발투수와 상대 선발투수의 상황, 점수차 등등을 고려해서 승부처로 판단 되면 이닝을 가리지 않고 8번 타순을 활용하겠다”고 적극적으로 대타 카드를 펼칠 것을 예고했다.
LG는 외야 5인방을 비롯해 야수진 뎁스에서 리그 상위권으로 평가받는다. 수준급 외야수 5명을 보유했고 5명 중 4명이 지명타자 자리까지 포함해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만 한 명은 벤치를 지켜야 한다. 3일 경기 라인업이라면 이천웅이 대타 카드가 될 수 있다. 비록 지난해 고전했던 이천웅이지만 스프링캠프부터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하며 비시즌을 착실히 보냈음을 증명했다. 이천웅이 타율 0.340로 활약한 2018년, 혹은 타율 0.308을 기록한 2019년의 모습을 되찾는다면 LG는 든든한 대타 카드를 보유한 채 경기에 임한다.
더불어 류 감독은 대타로 나서는 선수를 단순히 한 타석만 기용하지 않을 뜻도 드러냈다. 그는 “개인적으로 대타 한 타석만 소화하고 바로 바꾸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7회에 대타로 나오더라도 9회에 한 번 더 타석이 올 수 있다”며 “대타로 나선 타자가 수비도 소화해서 한 타석 더 들어설 수 있다. 두 차례 타석에 서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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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천웅은 타자 뿐이 아닌 주자와 외야수로서도 가치가 높다. 출루 후 도루로 상대 배터리를 흔들고 찬스를 만들 수 있으며 중견수로서 수비 또한 LG 외야진 중 상위권이다. 이천웅이 8번 타순에 대타로 나선 뒤 중견수를 소화하고 선발 출장한 외야수 중 한 명을 체력안배 차원에서 교체해 구본혁을 2루수로 넣어도 수비 밸런스가 흔들리지 않는다. 물론 언제든 이천웅이 선발 출장하고 다른 외야수가 대타 카드로 활용될 수도 있다. 류 감독은 전체적인 틀은 유지하지만 체력안배도 고려하면서 144경기 마라톤에 임할 것을 꾸준히 강조했다.
류 감독의 말대로 지난 2년 동안 LG는 9번 타순을 대타 공간으로 활용해왔다. 대타 1순위 박용택이 승부처에서 등장해 한 타석을 소화하고 교체되곤 했다. 올해는 대타에게 주루플레이와 수비도 맡기며 뎁스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주형이 1루와 2루, 신민재가 2루와 외야, 김용의 또한 1루와 외야를 소화하는 것을 고려하면 올시즌 LG는 언제든 히든카드를 펼칠 수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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