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게은기자] 방송인 유재석의 롱런의 힘은 낮은 자세에 있었다.


5일 방송된 tvN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 온더 블럭'은 유재석 데뷔 30주년 특집으로 '말하는 대로' 편이 전파를 탔다.


유재석은 1991년 제1회 KBS 대학개그제로 데뷔해 이날(5일) 데뷔 30주년을 맞이했다. 유재석은 조세호의 축하 메시지를 듣고 "엄청난 소회가 있지는 않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제 앞에 놓인 일을 하면서 한 주 한 주 살아가겠다"라며 무던히 소감을 밝혔다.


이날은 유재석 특집으로 기획된 터라 자기님들은 유재석과 친분 있는 지인들로 구성됐다. 먼저 등장한 사람은 유재석의 무명 시절을 함께 해온 김석윤PD였다. 김PD는 유재석과 93년도에 처음 만났다고 밝히며 "평범하고 까불까불했다. 방송 밖에서는 괜찮았는데 방송 들어가면 잘 못했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도 "제게 의미 있는 친구다. 인생이 바뀌는 순간을 누구보다 빨리 목격한 사람"이라며 애틋함을 보였다.


유재석은 김PD에 대해 "저를 버라이어티로 이끌어주고 인생을 바꾸게 해주신 분이다. 메뚜기탈을 씌워주신 분"이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또 "어느 날 스케줄 관리해주는 분이 방송 일정을 소화하지 않아도 된다고 연락을 주더라. 알고 보니 그날은 김석윤 PD가 연출을 맡지 않아, 다른 연출자가 저를 배제했던 것"이었다면서 "많이 울었다. 작은 역할이었는데도 그 PD분은 내가 싫었던 건가 싶어 서글펐다"라며 무명시절 비애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한 사람의 관심과 사랑이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 있구나 싶었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에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라는 구절이 있지 않나. 김PD가 저를 그렇게 봐주신 거다. 그분이 없었다면 저는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경험은 유재석이 늘 신인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도록 이끌었다. 유재석은 신인을 계속 언급하는 이유에 대해 "때론 '나만 이렇게 방송을 하면 되나', '내 일만 잘되면 내 역할을 하는 건가' 싶어 답답할 때가 있다. 관심을 갖는 것과 외면하는 건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소신을 전했다.


유재석이 무려 30년 동안 대중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힘은 괴로웠던 무명 시절 그때의 감정을 오롯이 기억한 것에 있었다. 이날 유재석은 "가끔 나 자신에게 잘 견뎠다고 이야기한다"라고 하면서도 다시금 자신을 알아봐 준 감독이나 제작진을 향한 감사 인사로 마무리 지었다. 어려운 시기를 잊지 않고 늘 감사함과 겸손함을 가진 자세가 원동력이 됐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eun5468@sportsseoul.com


사진ㅣtvN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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