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김학범
6월 대표팀 중복 선수 차출을 두고 협상중인 파울루 벤투(왼쪽) A대표팀, 김학범 올림픽팀 감독.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벤투 감독은 오로지 최정예 소집을 원하고 있다.”

6월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을 앞둔 축구 국가대표 ‘벤투호’와 2020 도쿄올림픽 본선을 대비하는 ‘김학범호’가 오는 24일 소집 명단 발표를 앞두고 교통정리에 애를 먹고 있다. 대한축구협회(KFA) 한 고위 관계자는 지난 18일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A대표팀과 올림픽팀) 중복 선수와 관련해서 (어느 팀으로 소집할지) 조율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A대표팀과 올림픽팀을 오가는 태극전사에 대한 차출 조율은 종종 발생했다. 그러나 이번엔 양측이 매우 팽팽하다. 파울루 벤투 A대표팀은 감독은 지난 3월 한·일전 0-3 대패 이후 입지가 크게 흔들렸다. 월드컵 최종 예선으로 향하는 이번 2차 예선에서 확실한 내용과 결과를 보여야 하는 처지다. 반면 김학범 올림픽팀 감독은 지난해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우승 이후 코로나19 여파로 올림픽은 물론 주요 국제 대회가 연기되거나 취소돼 최정예 멤버를 소집하지 못했다. 오는 7월 올림픽 본선을 앞두고 내달 A매치 기간 소집 훈련 및 평가전이 내부 결속력을 꾀하고 실전 전술을 완성할 마지막 기회다.

어디까지나 A대표팀 사령탑은 대표 선발의 우선 권한을 지녔다. 김 감독이 올림픽 연령대(도쿄는 U-24) 선수를 부르려면 벤투 감독의 양보가 필요하다. 그런 만큼 김 감독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선수 선발 때 벤투 감독과 협의해야 할 텐데 정중하게 (차출에) 도움을 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A대표팀과 올림픽팀은 최근 KFA와 코치진 중심으로 중복 선수와 관련한 차출 조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는데 벤투 감독은 ‘A대표팀 우선’ 기조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림픽
A대표팀과 올림픽팀을 오가는 주력 선수인 이동경 이동준 원두재(왼쪽부터). 제공 | 대한축구협회

벤투 감독은 지난 한·일전에도 올림픽팀 주력이자 연령대 선수 8명(조영욱 이강인 이동준 이동경 이진현 정우영 원두재 윤종규)을 불러들였다. 당시 김 감독은 이들 없이 별도로 소집 훈련을 진행,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번 만큼은 부탁한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복수의 축구인은 “축구공은 둥글지만 월드컵 2차 예선은 우리보다 전력이 떨어지는 팀이 나오는 만큼 벤투 감독이 손흥민, 황의조처럼 대체 불가한 주전 선수가 아니면 올림픽팀에 양보했으면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한 축구 관계자는 “유럽은 올림픽에 대한 중요도가 떨어지기에 벤투 감독이 이런 분위기를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다만 양보 없이 최정예를 불렀다가 실패하면 더 큰 비난 여론이 몰릴 수 있는 만큼 마지막까지 조율이 잘 됐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A대표팀과 올림픽팀은 오는 24일 명단 발표를 앞두고 KFA 기술본부가 중심이 돼 막판 조율에 애쓰고 있다. 그러나 견해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결국 한국 축구 수장인 정몽규 KFA 회장이 책임감을 품고 양측에 직접 방향을 제시하는 게 옳다는 게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편, KFA는 19일 ‘북한의 불참으로 변경된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H조 6월 일정이 확정됐다’며 ‘홈 앤드 어웨이 방식 대신 한국과 레바논, 투르크메니스탄, 스리랑카 모두 고양종합운동장에서 경기를 치른다’고 밝혔다. 벤투호는 내달 5일 오후 8시 투르크메니스탄과 첫 경기를 벌이고 9일 오후 8시 스리랑카, 13일 오후 3시 레바논과 연달아 맞붙는다.

kyi0486@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