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아쉬워하는 권창훈
올림픽팀 권창훈이 22일 일본 이바라키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조별리그 B조 1차전 뉴질랜드와 경기에서 전반 슛이 빗나가자 아쉬워하고 있다. 가시마 |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가시마=김용일기자] 올림픽 축구 ‘김학범호’가 뉴질랜드와 본선 첫 경기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떠안았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팀은 22일 오후 일본 이바라키현 가시마 스타다움에서 열린 뉴질랜드와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전,후반 내내 경기를 주도하고도 0-1 충격패했다. 애초 ‘1승 제물’로 여긴 뉴질랜드에 덜미를 잡힌 한국은 루마니아(25일·가시마), 온두라스(28일·요코하마)와 2~3차전 부담을 떠안게 됐다. 올림픽 축구 역대 최고 성적(은메달 이상)을 목표로 내건 ‘김학범호’에 적신호가 켜졌다.

한국은 황의조(보르도)가 최전방 원톱에 서고 권창훈(수원) 이강인(발렌시아) 엄원상(광주)이 지원 사격하는 4-2-3-1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김동현과 원두재가 더블 볼란치로 나섰고, 포백은 강윤성~이상민~정태욱~이유현이 섰다. 골키퍼 장갑은 변함 없이 송범근(전북)이 꼈다. 김민재 대신 와일드카드로 뒤늦게 합류한 센터백 박지수는 벤치에서 대기했다.

뉴질랜드는 와일드카드인 크리스 우드(번리)와 윈스턴 리드(웨스트햄)가 예상대로 최전방과 최후방 선발로 출격했다.

초반 공격의 주도권은 한국이 쥐었다. 황의조를 중심으로 2선의 권창훈 이강인 엄원상이 기민하게 움직이며 상대 뒷공간을 노렸다. 반면 뉴질랜드는 초반부터 파이브백 방어를 펼치며 한국의 침투를 막아섰다. 선수비 후역습이었다.

한국은 전반 6분 황의조가 오른발 중거리 슛으로 포문을 열었다. 그의 강한 슛을 가슴으로 저지한 뉴질랜드 캡틴이자 와일드카드 센터백 윈스턴 리드가 잠시 호흡에 어려워하며 경기가 중단되기도 했다. 2분 뒤엔 김동현이 또 한 번 오른발 중거리 슛을 시도했으나 상대 수비 다리에 걸렸다. 전반 9분엔 엄원상의 크로스를 황의조가 문전에서 오른발 논스톱 슛으로 연결했으나 골문 위로 떴다.

움츠리던 뉴질랜드는 간간이 역습을 펼쳤다. 전반 11분 왼쪽 풀백 리베라토 카카체가 공격에 가담해 올린 크로스를 장신 골잡이 크리스 우드가 머리로 연결하려고 했으나 오프사이드 판정이 나왔다.

[올림픽] 넘어진 황의조
슛을 시도하다가 넘어진 황의조. 가시마 | 연합뉴스

한국은 전반 18분 권창훈이 코너킥 기회에서 상대 헛발질을 틈타 왼발 터닝슛을 시도했으나 아쉽게 우리 선수에게 걸렸다. 이어진 이강인의 슛도 골문을 크게 벗어났다. 그러다가 전반 22분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왼쪽에서 강윤성의 크로스를 권창훈이 가슴으로 이어받아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섰다. 그러나 높게 솟은 공에 왼발 시저스킥을 시도했으나 아쉽게 발이 닿지 않아 땅을 쳤다.

전반 25분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얻은 프리킥 기회에서는 이강인의 왼발 킥을 권창훈이 문전에서 머리로 연결했으나 다소 빗맞았다.

한국의 공격이 쉴 새 없이 뉴질랜드를 몰아붙였으나 소득이 없었다. 그러다가 전반 40분 다시 기회를 잡았다. 황의조가 오른쪽 크로스를 문전에서 정확하게 헤딩 슛으로 연결했다. 하지만 골키퍼 정면을 향했다. 결국 한국은 전반에만 6개의 슛(유효슛 2개)을 시도하며 경기를 지배했으나 뉴질랜드(슛 0개) 골문을 열지 못했다.

[올림픽] 물 마시는 선수들
물 마시는 선수들. 가시마 | 연합뉴스

후반에도 한국은 초반부터 원두재, 엄원상 등이 상대 골문을 두드렸으나 효력이 없었다.

결국 김 감독은 후반 13분 2선 요원을 모조리 교체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권창훈 이강인 엄원상을 빼고 송민규 이동경 이동준을 집어넣었다. 뉴질랜드는 더욱더 강하게 압박하며 한국의 공세를 차단했다.

오히려 후반 20분 뉴질랜드가 프리킥 기회에서 위협적인 슛으로 한국을 긴장하게 했다. 칼럼 매코와트가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감아찬 공을 수비수 난도 파이다커가 공격에 가담해 슛을 시도했다. 다행히 공은 송범근 골키퍼 품에 안겼다. 뉴질랜드의 이날 첫 슛이었다.

[올림픽] 뉴질랜드 우드 선취골
뉴질랜드 우드(9)가 후반 선제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가시마 | 연합뉴스

한국은 위기를 넘겼지만 후반 27분 끝내 선제골을 허용했다. 뉴질랜드 역습 상황에서 미드필더 조 벨이 때린 중거리 슛이 한국 센터백 정태욱 다리에 맞고 굴절됐다. 골문 앞에 있던 우드가 이어받아 오른발로 마무리했다. 애초 부심이 오프사이드 깃발을 들었으나, 비디오판독(VAR)을 거쳐 정태욱 다리에 맞고 공이 흐른 것을 확인해 득점으로 인정됐다.

허탈하게 선제골을 내준 한국 벤치는 뒤숭숭했다. 후반에 들어온 송민규와 이동경, 이동준이 사력을 다해 뛰었으나 좀처럼 이렇다 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뉴질랜드는 후반 막판 여유롭게 선수 교체를 통해 끝까지 밀집 수비를 유지했다.

김 감독은 후반 42분 강윤성을 빼고 박지수를 투입했다. 그리고 센터백 정태욱을 최전방에 올려 롱볼 전개를 대비했다. 그러나 묘책이 되지 않았다. 끝까지 뉴질랜드의 끈끈한 방어, 힘, 높이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무릎을 꿇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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