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괜찮아\'
김학범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지난달 31일 요코하마 국제경기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8강전 멕시코전에서 패한 후 이동준을 달래고 있다. 요쿄하마 |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박준범기자] 장고(長考)가 악수로 돌아왔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대표팀은 2020 도쿄올림픽을 8강에서 마무리했다. 2012 런던 대회 동메달을 뛰어넘는 최고의 성적을 바랐으나 끝끝내 도전에 실패했다. 올림픽대표팀은 2연속 대회 8강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올림픽대표팀은 순항했다. 지난해 1월 태국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서 당당히 우승하며, 당시 1년 남았던 올림픽을 향한 기대감을 높였다. 김 감독은 유연한 전술과 선수 기용으로 내용은 물론 성과까지 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올림픽을 1년 뒤로 미루게 했다. 자연스럽게 김 감독에게도 고민할 시간이 주어졌다.

그 사이 올림픽은 23세 이하가 아닌 24세 이하로 정해졌다. 김 감독 입장에서는 U-23 챔피언십을 포함해 함께했던 기존 선수들의 공을 무시할 수 없었다. 김 감독 역시 명단 발표 후 “제자들을 떨어뜨리는 게 마음 아팠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러면서 김 감독과 꾸준히 함께했던 맹성웅, 이승모, 조규성, 오세훈 등이 모두 짐을 쌌다.

김 감독은 유럽파, 국내파를 가리지 않고 원점에서 출발했다. 최적의 조합을 다시 찾아 나섰다. 그사이 새로운 스타들이 도약했다. 송민규, 설영우, 이강인 등이 기회를 잡아 올림픽 최종 명단에까지 승선했다.

그러나 K리그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던 송민규는 대표팀에서는 제 모습을 발휘하지 못했다. 올림픽대표팀에는 뒤늦게 발을 들은 이강인의 경우도 활용법이나 팀에 완벽히 녹아들었다고 볼 수는 없었다. 더욱이 코로나19 여파로 4명이 추가되지 않았다면, 강윤성과 김진규의 맹활약은 보지 못할 뻔했다.

대표팀은 세계무대에서 개인의 능력으로 우위에 서기엔 무리가 따른다. 때문에 조직력이 더욱 중요했으나, 이를 강화할 시간이 넉넉지 못했다. 조별리그 2차전부터 가동된 강윤성~박지수~정태욱~설영우의 수비 라인은 올림픽에서 첫 실전 호흡을 맞춘 조합이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선택한 와일드카드 역시 끝내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결국 김학범호의 장고는 악수가 되어 비수로 돌아왔다.

beom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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