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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범수가 지난 8월 15일 대전 NC 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제공|한화

[스포츠서울 | 잠실=최민우 기자] “정우람 선배에 비하면 아직 ‘신생아’다.”

한화 김범수(26)는 최근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경기가 잘풀리는만큼 자신감도 넘친다. 시즌 초반보다 투구 밸런스가 좋아졌고, 공을 던질 때 팔이 제대로 나오고 있다. 선발 투수가 목표였지만 불펜으로 보직이 굳혀진 뒤, 클로져의 꿈을 꾸고 있다. 국내 최고 왼손 불펜 자원인 정우람이 있어 배울 점을 최대한 흡수 중이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도 “김범수가 이제 ‘투수’로 거듭났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김범수는 최고구속 150㎞에 육박하는 빠른 공을 던지는 왼손 투수다.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제구력이 좋지 않은 탓에, 빛을 보지 못했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투구 동작에서 글러브를 치면서 밸런스를 잡으려 노력했다. 이전에도 시도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지만, 정우람이 글러브를 치는 모습을 보고 따라해봤다. 과거와 달리 밸런스가 잘 잡히는 느낌이 들었고, 투수 코치와 상의한 후 마운드에서 적용하기 시작했다.

아직 많은 경기를 치르진 않았지만, 김범수의 페이스는 좋다. 최근 10경기에서 12이닝 평균자책점 3.75를 기록했다. 지난 11일 KIA전에서 0.2이닝동안 2실점한 이후 5연속 경기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1일 잠실 두산 전에서는 마무리 투수로 등판해 1.2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첫 세이브를 수확했다. 김범수는 “8회에 떨리긴 했다. 하지만 최근 투구 내용이 좋았다. 아직 몇경기 안해서 모르겠지만, 밸런스가 좋아졌고 팔이 제대로 나오고 있어 내가 던지고 싶은 곳에 공을 던질 수 있다. 내 볼만 던지자고 생각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전에는 선발 욕심이 있었지만, 이제 마무리 투수도 꿈꾸고 있는 김범수다. 그는 “만약 내가 계속 중간투수로 뛴다면, 마무리 보직은 꿈이다. 욕심이 안난다면 거짓말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마무리 보직은 시기상조라는 생각이다. 정우람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아직 정우람 선배가 있다. 나는 거기에 비하면 ‘신생아’다. 나중에 단계를 밟아 마무리 투수가 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정우람도 김범수에게 적극적으로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 중이다. 김범수는 현역 최고 불펜 자원의 비법을 지근거리에서 최대한 흡수하고 있다. 김범수는 “정우람은 한국 왼손 투수 중에서 세이브를 가장 많이 올린 투수다. 경기 운영이나 몸 관리 등 배울 점이 많다. 사람 몸이 다 다르기 때문에, 배울 점은 다 배우려고 한다. 나랑 맞는 건 다 흡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수베로 감독도 김범수의 성장이 반갑다. 김범수는 “감독님뿐만 아니라 투수 코치들도 ‘투수’가 됐다고 한다. 그 전에는 누가 뭐라고 해도 귀에 안들어왔다. 이해는 가지만 경기가 잘 안되니까 귀에 안들어왔다. 지금은 원하는 방향으로 던질 수 있기 때문에 이제야 알 것 같더라”며 웃었다.

miru0424@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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