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선빈 5

[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 “왜 사람들이 소주를 마시면 국물이 땡기는지 알겠어요(웃음).”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이선빈(28)은 차갑고 도도한 이미지와는 정반대되는 털털하고 인간적인 매력으로 모두를 웃음짓게 만들었다. 자신의 엽사(엽기 사진)를 핸드폰 잠금화면으로 한 걸 보여주며 이선빈은 “예쁜 것보단 웃긴 걸 좋아한다”며 밝게 웃어보였다.

이선빈은 배우로서도 탄탄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지만, 사실 대중에겐 3년째 공개 열애 중인 배우 이광수의 여자친구로 이름이 자주 거론됐다. 그러나 이제 누군가의 연인이 아닌 ‘연기자 이선빈’의 매력을 더 많은 대중에게 각인시킨 듯하다. 바로 티빙 오리지널 ‘술꾼도시여자들(이하 술도녀)’를 통해서다.

‘술도녀’는 티빙 유료 가입자 수를 증폭에 기여하며 인기리에 종영, 일찌감치 시즌2도 확정지었다. ‘술도녀’의 중심에는 이선빈이 있었다. 한지연(한선화 분), 강지구(정은지 분)와 함께 30대 여성의 일과 우정을 그린 드라마에서, 이선빈은 개성 강한 세 친구의 무게중심을 잡는 소희 역으로 열연했다.

술도녀

이 정도로 큰 사랑을 받을지 예상하지 못했다는 이선빈은 “대본을 읽었을 때 사람들이 공감을 많이 해주겠다는 마음은 있었다. 아무래도 OTT의 강점이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다는 점이라 적나라하고 사실적으로 표현하면 재밌겠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TV처럼 시청률 지표를 확인할 순 없지만, 유튜브, SNS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타며 많은 화제를 모았다. 이선빈 역시 주변 반응을 통해 인기를 실감했다며 “주변에서 제보를 많이 해줬다. 지하철을 탔는데 ‘술도녀’를 보고 있고, 고기집을 갔는데 ‘적시자!’라며 잔을 부딪친다고 하더라”라며 신기했던 반응을 전했다.

극중 이선빈이 연기한 안소희는 출판사 직원에서 예능국 작가 세컨드 작가로 일하고 있는 인물이다. 안소희를 연기하는데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이선빈은 “사회 초년생의 모습은 과거 아르바이트를 하던 저를 떠올리며 연기했다. 이후 연차가 쌓인 작가의 모습에서 포인트를 잡은 건 세다고 하지만 전혀 세보이지 않은 ‘찌질함’을 담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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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실제로 가장 친한 친구가 예능 작가다. 몇 년간 같이 살면서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에 더 공감할 수 있었다. 친구가 방송국에서 피디와 싸우는 신에 특히 감정이입을 하더라(웃음). 우리 드라마가 현실 고증이 잘 되었구나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무엇보다 주연을 맡은 한선화, 정은지와 함께 보여준 세 사람은 ‘찐친’ 케미스트리 덕에 30대 여성들의 현실감 넘치는 일상이 더욱 빛을 발휘했다. 이선빈은 “저희가 실제로 친해졌기 때문에 그냥 지나갈 수 있는 대사들도 맛깔나게 산 거 같다. 여배우 세 명이 뭉쳤을 때 생기는 편견들이 있지 않나. 왠지 예민하지 않을까 걱정도 했는데 대본을 보니 우리가 진짜로 친구가 되지 않으면 드라마를 못 살리겠단 생각이 들더라. 더 마음이 열린 상태로 만난 거 같다. 그리고 정말로 친해졌다. 우리가 실제로 노는 장면이 드라마에 많이 담겼다”고 말했다.

전라도 사투리로 박회장(박영규 분)에게 하는 거침없는 욕설은 명장면으로 꼽힌다. 이를 회상한 이선빈은 “부담이 엄청 되더라. 대본 받자마자 이거부터 연습했다. 툭 치면 나올정도로 하지 않으면 안될 거 같다”며 “결국엔 테이크마다 한 번도 NG를 안 냈다. 박영규 선생님 칭찬해주셔서 뿌듯했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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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묘한 러브라인을 형성한 강북구 역할의 최시원과는 생애 첫 베드신도 찍기도 했다. “생애 첫 베드신이 그렇게 액션신 같을 줄 몰랐다”며 웃은 이선빈은 “보통 키스신 전에 양치하고 각도를 잡는데, 저희는 어떻게 넘어질지, 어떻게 웃길지 합을 맞췄다. 덕분에 굉장히 편하고 재미있게 서투르면서고 과격한 베드신을 완성한 거 같다”고 말했다.

극중 역할 소희처럼 어느덧 서른을 바라보게 된 이선빈은 “서른이 머지 않았다”는 말에 화들짝 놀라며 “아직도 고등학생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카메라 앞이 익숙하지 않을 때도 많다. ‘내가 정말 배우가 된건가?’ 현실감이 안든다”며 “앞으로도 철이 안 들고 싶다”며 해맑은 웃음을 지었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이니셜 엔터테인먼트, 유영준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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