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주권 \'승리를 지켜라\'
KT 투수 주권이 1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KBO리그 두산과 KT의 한국시리즈 4차전 6회 역투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프리에이전트(FA) 몸값 총액 989억원 광풍이 지나갔다. 광풍이 휩쓸고 간 자리는 을씨년스러울 수밖에 없다. 상대적 박탈감, 개인성적에 따른 보상심리, 팀성적에 대한 공동 책임 등의 키워드가 신년 초 9개구단을 움츠러들게 한다.

바야흐로 연봉 협상 시즌이다. 협상 대리인을 선임한 205명의 선수(프로야구선수협회 기준)와 45명의 에이전트는 구단과 치열한 계산기 싸움에 돌입했다. 에이전시 대표가 직접 전국을 일주(?)하며 각개 격파를 하는 모습도 보이고, 선수가 직접 협상테이블에 앉는 대신 뒤에서 훈수를 두는 모습도 관측된다. 에이전트가 아닌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한 경우 연봉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없기 때문에 방대한 자료를 분석해 쪽집게 과외를 하는 에이전트도 있다.

연봉 협상은 올해 활약에 대한 기대치를 돈으로 환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이다. 기대치를 가늠하는 근거는 당연히 지난 성적이다. 지난해 성적만 놓고 공방을 펼칠수도, 최근 3년 혹은 5년치 성적을 놓고 변화 추이를 근거로 삼는 경우도 있다. 통계에 능한 쪽은 각종 지표를 시장가격으로 환산해 적정 연봉을 산출하는 등 세이버매트릭스를 응용하기도 한다. 야구선수들이 결과값으로 낸 숫자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이견이 클 수도, 예상외로 쉽게 의견 일치를 맺는 경우도 있다.

어쨌든 10일 현재 10개구단 중 연봉 협상이 완료된 곳은 SSG뿐이다. 대부분 구단이 재계약율이 60~7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1군 백업이나 2군 선수들은 큰 잡음 없이 도장을 찍지만, 주축 선수 중 눈에 띄게 성장한 선수일수록 대화가 길어진다. 올해는 FA 광풍이 휩쓸고 지나간 탓에 개인성적에 대한 철저한 보상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는 관측이다. 의외의 인물이 연봉중재신청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연봉중재신청은 지난해까지 연봉조정신청으로 불렸다.

지난해 KT 주권이 연봉중재신청에서 승리한 뒤 이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구단과 선수는 비즈니스 관계로 계약을 맺기 때문에 연봉 계약 문제는 감정을 빼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다. 시류 변화를 읽은 쪽은 일찌감치 연봉중재신청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고, 올해 무더기 신청자가 탄생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그러나 연봉중재신청까지 가는 선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에이전트는 “시대가 변했다고는 하나 FA로 팀을 떠나기 전까지는 ‘어쨌든 10개월 동안 동고동락해야 하는 식구’라는 인식이 아직도 강하다. 겉으로는 쿨한척해도 중재신청 후 구단과 관계가 미묘하게 변하는 경우가 있다”고 귀띔했다. 국내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르기 때문에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 중재신청 대신 물밑협상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불필요한 잡음을 만들었다가 정규시즌에 부진하면, 구단도 선수도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인식도 중재신청을 주저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남은 시간은 세 시간 남짓. 연봉 조정에서 구단에 승리를 따낸 주권을 이을 선수는 몇 명이나 등장할까.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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