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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김자영기자]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광주 신축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에 대해 책임을 지고 현대산업개발 회장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현대산업개발이 광주 건설현장에서 잇따라 대형 사고를 일으켜 ‘부실 공사 기업’이라는 오명과 함께 오너인 정 회장에 대한 책임론이 커지자 사태 수습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정 회장이 지주사인 그룹 회장직은 유지하기로 해 책임론에 대한 비판과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 회장은 17일 오전 서울 용산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 사고 피해자 가족과 국민께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사고 현장 대책과 관련해선 그는 “광주시 등 정부기관과 힘을 합쳐 실종된 분을 구조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답했다.
특히 정 회장은 이번 사고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현대산업개발 회장직 사퇴를 선언했다. 그는 “1999년 현대자동차에서 현대산업개발로 옮겨 회장으로 취임해 23년 동안 회사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국민의 신뢰를 지키고자 노력했는데 이번 사고로 그런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며 “이 시간 이후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2018년 그룹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으나 회장직은 유지해 왔다.
정 회장은 사고가 난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의 완전 철거나 재시공 가능성도 시사했다. 정 회장은 “구조 안전점검에서 문제가 있다고 나오면 수(기)분양자 계약 해지는 물론 완전 철거와 재시공까지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안전점검 결과에 따라 붕괴 사고가 발생한 해당 201동 뿐만 아니라 전체 단지를 철거한 후 재시공하는 방안까지 포함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또한 신뢰회복 방안의 하나로 안전과 품질 강화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고객들이 평생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안전품질보증을 대폭 강화해 현대산업개발의 모든 골조 등 구조안전보증 기간을 30년으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법적 보증기간은 10년이지만 이를 3배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이와 함께 “전국 건설 현장에 대한 외부기관의 안전진단을 실시하고 안전과 품질 상태를 충분히 확인해 우려와 불신을 끊겠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정 회장이 직접 나서 사과와 함께 현대산업개발 회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정 회장과 회사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특히 정 회장이 여전히 HDC그룹 회장직을 유지해 책임 회피성 사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 회장이 현대산업개발에서 2선으로 후퇴하는 것일 뿐 회사 경영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사고 대책 역시 안전점검 결과에 따른 ‘조건부 대책’으로 사고 피해자 가족들과 국민들이 기대하는 눈높이에 미흡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사고 피해자 가족들은 붕괴 참사가 난 지 일주일 만에야 공개 사과를 한 정 회장에게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피해자 가족협의회는 즉각 입장문을 내고 “정 회장은 책임을 회피하고 물러날 게 아니라 실질적인 사태해결을 총괄 책임지고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은 “구조와 수색 작업에서 현대산업개발을 배제하고 정부 차원에서 전문가 TF를 구성해 신속한 구조작전을 수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sou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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