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고(故) 구자학 아워홈 회장 (1)
고(故) 구자학 아워홈 회장.  사진 | 아워홈

[스포츠서울 | 김자영기자] “반세기 넘게 대한민국과 함께 정말 바쁘게 달려왔다. 오직 잘 사는 나라, 건강한 나라 만들기 위해 열심히 뛰었다. 그동안 같이 달려와 준 우리 직원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고(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이자 아워홈을 설립한 구자학 아워홈 회장이 노환으로 12일 별세했다. 향년 92세다. 구 회장은 1960년대부터 식품, 화학, 전자, 건설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에서 경영인으로 활약한 ‘대한민국 산업화 1세대’, ‘산업화 역사의 산증인’으로 평가받는다.

구 회장은 1930년 경상남도 진주시에서 태어나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소령으로 예편했다. 군복무 시절 6·25 전쟁에 참전했으며 충무무공훈장, 화랑무공훈장, 호국영웅기장 등을 받았다. 그는 한창 산업화가 진행되던 당시 “나라가 죽고 사는 기로에 있다. 기업은 돈을 벌어 나라를, 국민을 부강하게 해야한다”는 ‘사업보국(事業報國)’ 일념 하나로 산업 불모지를 개척했다. 1960년 한일은행을 시작으로 호텔신라, 제일제당, 중앙개발, 럭키(現 LG화학), 금성사(現 LG전자), 금성일렉트론(現 SK하이닉스), LG건설(現 GS건설) 등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일선에서 뛰었다.

1957년 고 이병철 삼성 창업자의 셋째 딸인 이숙희씨와 결혼해 당시 화제를 낳았다. 이후 구 회장은 10여년간 제일제당 이사와 호텔신라 사장 등을 지내며 삼성그룹에서 일했다. 그러다 1969년 삼성이 전자산업 진출을 선언하면서 금성사(現 LG전자)와의 경쟁 구도가 형성되자 LG그룹으로 돌아갔다.

구자학 아워홈 회장
1981년 럭키그룹 시무식에서 임직원들에게 신년사를 전하는 모습.  사진 | 아워홈

구 회장은 평소 “남이 하지 않는 것, 남이 못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던 만큼 그가 걸어온 길에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럭키는 1981년 ‘국민치약’이라는 수식과 함께 당시에 없던 잇몸질환을 예방하는 페리오 치약을 개발했다. 1983년에는 국내 최초로 플라스틱 PBT를 만들어 한국 화학산업의 일대 전기를 마련했다. 1985년에는 화장품 ‘드봉’을 해외에 수출했다. 1989년 금성일렉트론에서는 세계 최초로 램버스 D램 반도체를 개발했으며, 1995년 LG엔지니어링에서는 굴지의 일본 기업들을 제치고 국내 업계 최초로 일본 플랜트 사업을 수주했다. 현재 LG의 근간이 된 주요사업의 시작과 중심에는 늘 그가 있었다.

구 회장은 2000년 LG유통(現 GS리테일) FS사업부(푸드서비스 사업부)로부터 분리 독립한 아워홈의 회장으로 취임했다. 구 회장이 아워홈을 이끄는 동안 아워홈 매출은 2000년 2125억원에서 2021년 1조7408억원으로 8배 이상 성장했다. 사업 포트폴리오도 다양해졌다. 단체급식사업과 식재유통사업으로 시작한 아워홈은 현재 식품사업, 외식사업과 함께 기내식 사업, 호텔운영업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주목하는 종합식품기업으로 거듭났다.

LG에서 화학, 전자, 반도체, 건설, 화장품에 이르기까지 핵심사업의 기반을 다진 경영자가 LG유통에서 가장 작은 아워홈 사업부를 분사 독립할 때 주변에서 의아해 하던 일화는 유명하다. 역량에 비해 너무 작은 규모의 사업이라는 이유에서다. 구 회장은 그런 사업부를 몸 담았던 거대 조직의 어떤 도움도 없이 2조에 가까운 지금의 종합식품기업 아워홈으로 성장시켰다.

구 회장은 “국민 생활과 가장 밀접한 먹거리로 사업을 영위하는 식품기업은 막대한 사회적 영향력과 책임감을 동시에 짊어져야 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아워홈을 경영했다. 무엇보다 ‘국민 건강’을 최우선의 가치로 뒀다. 1980년대 럭키 대표이사로 재직할 당시 세상에 내놓았던 ‘드봉’과 ‘페리오’ 등 생활 브랜드 역시 ‘국민의 건강한 삶’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해 탄생했다.

(사진) 2018년 직원과 이야기 나누는 모습
2018년 직원과 이야기 나누는 모습.  사진 | 아워홈

와병에 들기 전 아워홈 경영회의에서 구 회장은 “요새 길에서 사람들 보면 정말 커요. 얼핏 보면 서양사람 같아요. 좋은 음식 잘 먹고 건강해서 그래요. 불과 30년 사이에 많이 변했습니다. 나름 아워홈이 공헌했다고 생각하고 뿌듯합니다”라며 “은퇴하면 경기도 양평에 작은 식당 하나 차리는 게 꿈이었는데 이렇게 커져 버렸어요. 그동안 같이 고생한 우리 직원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해요”라고 말했다.

유족으로는 아내 이숙희씨와 아들 본성(아워홈 전 부회장), 딸 미현·명진·지은(아워홈 부회장)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0호실에 차려졌으며, 발인은 15일 오전 8시다. 장지는 경기도 광주공원묘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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