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518_황동재02
삼성 황동재가 18일 대전 한화전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사진제공 | 삼성 라이온즈

[스포츠서울 | 대전=김동영기자] 꼭 막고 싶었던 듯하다. 개인 최고의 피칭을 펼치고 있었기에 자신감도 충만해 보였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삼성 ‘아기사자’ 황동재(21) 이야기다. 고난을 딛고 에이스가 되는 법이다.

황동재는 18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한화와 주중 3연전 두 번째 경기에 선발 등판해 6.2이닝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9탈삼진 3실점의 퀄리티스타트(QS) 호투를 선보였다.

이렇게 던졌는데 패전투수가 될 뻔했다. 그나마 타선이 뒤늦게 터지면서 승패 없음으로 마무리됐다. 황동재가 있을 때 타자들이 뽑은 점수가 딱 1점이었다. 결과적으로 황동재가 6회까지 잘 막다가 7회 흔들린 것이 뼈아팠다.

그래도 경기는 삼성이 이겼다. 1-3으로 뒤진 9회초 강민호의 2타점 2루타가 터졌고, 오재일의 재역전 희생플라이가 나왔다. 호세 피렐라의 홈 스틸까지 나오면서 5-3으로 승리했다.

황동재의 투구가 아쉽게 됐다. 6회까지는 압도적이었다. 탈삼진 7개를 뽑으며 이미 개인 한 경기 최다 탈삼진 신기록을 썼다. 게다가 1점도 내주지 않았다. 황동재가 6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은 것은 데뷔 후 처음이었다. 7회말 들어서도 정은원과 노시환을 삼진 처리하며 기세를 올렸다.

아웃카운트 하나만 더 잡으면 7이닝 무실점이었다. 아직 퀄리티스타트 플러스(QS+)는 없다. 7이닝 9탈삼진 무실점이라면 그야말로 최상의 결과였고, 황동재 개인에게도 최고의 하루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힘이 빠진 듯했다. 제구가 살짝 흔들렸다.

이진영과 노수광을 상대로 풀카운트 승부를 펼치면서 안타와 볼넷을 내줬다. 여기까지 딱 100구였다. 벤치에서 교체를 생각할 법도 했지만, 허삼영 감독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황두성 코치가 한 번 올라와 다독인 것이 전부였다. 황동재 스스로도 자신이 끝내고 싶은 마음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몸이 따라주지 못한 모양새다. 하주석을 상대로 초구 포크볼을 뿌려 파울이 됐고, 2구째 속구는 손에서 빠진 듯 바깥쪽 높은 코스로 향했다. 사실 그냥 두면 볼이었지만, 하주석의 배트가 힘차게 돌았다. 그대로 밀어쳤고, 좌측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10m짜리 역전 3점포가 됐다.

황동재는 여기까지였다. 황 코치가 새 공을 들고 마운드로 올라왔고, 황동재를 내렸다. 두 번째 투수 홍정우가 박정현을 범타 처리하며 이닝이 끝났다. 황동재는 더그아웃에서 고개를 숙이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6.2이닝 3실점이면 QS다. 호투였다. 그러나 더 잘할 수 있었기에 아쉽다.

경기 후 허삼영 감독은 “(황)동재가 잘 던져줬는데 승을 챙겨주지 못해서 아쉽다. 그래도 오늘 게임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했으리라 생각한다”며 격려의 말을 전했다.

황동재의 승리는 없었지만, 삼성의 승리는 있었다. 9회초 강민호의 동점 2타점 2루타가 터지면서 3-3이 됐고, 승리까지 따냈다. 황동재의 패전도 없던 일이 됐다. 그나마 조금은 다행인 부분이겠으나 황동재의 뇌리에는 마지막 높은 속구와 하주석의 스윙이 꽤 오래 남을 수도 있게 됐다.

raining99@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