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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수원=윤세호기자] 화력만 놓고 보면 통합우승을 차지한 2021년보다 2020년이 강했다. 2021년에는 마운드 의존도가 높았던 반면, 2020년에는 투타가 두루 상위권이었다. 특히 클린업은 비교가 안됐다. 2021년 클린업 타율 0.271로 6위에 그쳤는데 2020년에는 클린업 타율 0.317로 1위였다. 지난겨울 정상 등극에 안주하지 않고 타선 보강을 바라보고 움직였던 KT 얘기다.
박경수에 이은 또 하나의 저비용·고효율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이 보인다. KT는 지난해 12월 FA 박병호와 3년 30억원 계약을 맺었다. 계약 당시에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는데 지금까지는 대성공을 향한다. 지난 2년 동안 타율 0.226 OPS(출루율+장타율) 0.775를 기록했던 박병호는 올시즌 38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타율 0.274 OPS 0.942를 기록하고 있다. 13홈런으로 홈런 부문 선두다.
KT 이강철 감독은 지난 17일 박병호의 8회말 극적 동점 투런포를 두고 “다른 선수들은 홈런을 쳐도 한참 타구를 지켜봐야 한다. 병호는 맞자마자 조마조마하지 않아서 좋다”고 미소지었다. 이날 박병호는 정우영의 시속 154㎞ 투심 패스트볼을 공략해 타구속도 172㎞ 홈런을 터뜨렸다. KT 유니폼을 입고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박병호다. 홈런 페이스가 끝까지 유지된다면 48홈런으로 올시즌을 마무리한다.
하지만 퍼즐을 다 맞춘 것은 아니다. 당초 KT는 강백호·박병호·헨리 라모스 클린업을 구상했다. 그런데 강백호가 개막을 눈앞에 두고 발가락 골절 부상으로 이탈했다. 라모스는 개막 후 3주 동안 타율 0.250 OPS 0.721을 기록했는데 라모스 또한 발가락 골절로 엔트리에서 제외된 상태다. 부상으로 클린업 세 자리 중 한 자리만 보존되고 말았다. KT 클린업은 올시즌 타율 0.250으로 이 부문 10위다. 그나마 박명호를 앞세워 클린업 장타율 0.425로 이 부문 4위에 자리하고 있다. KT에서 박병호 외에는 OPS 0.800 이상인 타자가 없다.
그래도 희망을 바라본다. 이 감독은 강백호와 라모스가 3주 이내에 돌아온다고 밝혔다. 강백호의 경우 다음주 진단에서 이상이 없으면 이달 내로 돌아올 수 있다. 이 감독은 “처음 세운 계획은 6월초 강백호 복귀였는데 5월말이 될 수도 있다. 오면 지명타자로 출장시킬 것”이라고 했다.
2020년 KT는 멜 로하스 주니어·강백호·유한준으로 클린업을 구상했다. 로하스와 강백호가 70홈런·224타점을 합작했다. 주로 2번 타자로 출장해 21홈런 97타점을 기록한 황재균까지 어느 팀과 비교해도 부럽지 않은 화력을 뽐냈다. 올해도 아직 늦지 않았다. 박병호가 페이스를 이어가고 강백호와 로하스가 돌아오면 타선 전체가 살아난다. 강백호는 박병호와 1루수와 지명타자를 번갈아 소화할 수도 있다. 서로 체력을 안배하는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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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은 “처음 병호를 영입할 때 병호가 홈런 20개는 쳐줄 것으로 생각했다. 병호가 온 만큼 작전도 덜 내면서 편한 야구를 하고자 했다”며 “그러나 병호 앞뒤로 두 명이 빠졌다. 나중에 두 명이 돌아오면 훨씬 야구하기 편해지지 않을까 싶다. 상대에게 있어 쉽지는 않은 클린업이 될 것”이라고 강백호와 라모스의 복귀를 고대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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