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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조은별기자]“K팝 그룹 BTS의 팬들은 ‘아미’라고 불린다. 물론 북조선에도 아미가 있다. 다른 아미들과 나의 차이점이 있다면 진짜 군대에 들어가야만 했던 것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의 집:공동경제구역’은 주인공 도쿄(전종서 분)의 내레이션으로 포문을 연다.

스페인 원작에서 자유분방하고 충동적인 성격으로 그려졌던 도쿄는 한국 리메이크 과정에서 방탄소년단의 열혈 팬인 아미(ARMY)이자 북한 여군 출신으로 설정돼 화제를 모았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남한으로 내려오지만 자본주의의 쓴 맛을 본 뒤 천재지략가 교수의 인질강도극에 합류, 공동경제구역 내 조폐국 털이에 나서는 인물이다.

전종서는 방탄소년단의 안무를 익히는 게 쉽지 않은 과제였다고 고백했다. 그는 “낯간지럽고 부끄러웠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춤을 잘 추지 못한다. 핫한 노래에 맞춰 춤을 추며 촬영하는 게 부담이었다. 하지만 도쿄의 전사를 설명하는데 있어 꼭 필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해 최대한 성실하게 연습하며 찍었다.”

실제 트와이스의 팬이라는 전종서는 “만약 도쿄를 트와이스 팬으로 설정했다면 모모에게 안무를 배우고 사인도 배워보고 싶다”고 수줍게 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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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 출신이라는 점 외에도 도쿄는 원작과 상당 부분 다르다. 교수의 계획을 가장 잘 이해하고 충실히 이행하려는 점이 특히 그렇다. 그래서 도쿄는 교수의 의견에 반대해 무력진압을 꿈꾸는 베를린(박해수 분)과 사사건건 부딪힌다.

전종서는 도쿄의 캐릭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그가 교수에게 동질감을 느낀 것 같다고 해석했다.

“도쿄가 꿈꿨던 ‘코리언 드림’은 더 이상 꿈이 아니다. 완전히 산산조각 나 상처받았다. 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는 순간 교수가 구원해주면서 그의 이념에 신념을 갖게 됐다. 만약 교수가 조폐국을 터는 게 아니라 다른 제안을 했어도 도쿄는 따랐을 것이다. 도쿄와 교수 모두 세상에 배신당했다는 동질감을 갖고 있다고 여겼다.”

전종서는 도쿄 역을 소화하면서 자신이 돋보이기보다 전체 배우들의 앙상블을 고려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원작에서는 도쿄가 매 번 치는 사고 때문에 분열과 분쟁이 생기지만 한국버전에서는 배우 개개인의 매력보다 전체적인 드라마를 끌고 가는데 중점을 뒀다”며 “나도 배우들간의 앙상블을 먼저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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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전종서의 연기와 연기에 임하는 자세에 대해 선배 배우들도 그를 눈여겨 봤다. 교수 역의 유지태는 “전종서가 가진 신비한 마스크와 연기방식을 보며 잠재력이 많은 배우라고 생각했다”고 칭찬했고 베를린 역의 박해수는 “전종서와의 만남에서 잊을 수 없는 강렬함을 느꼈다. 현장에서 바로 날것으로 보여주는 카리스마와 에너지에 나도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연기했다”고 감탄했다. 모스크바 역의 이원종은 “도쿄가 매력이 있다”고 언급했다.

전종서는 이같은 선배들의 칭찬에 “칭찬받을 자격이 없다. 뒷풀이도 안가고 잘한 게 없는데 죄송한 마음이 크다”고 겸허한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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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Heist Korea: JEA (L to R) Jun Jong-seo as Tokyo and Jang Yoon-ju as Nairobi in episode #?1 of Money Heist Korea: JEA. Cr. Jung Jaegu/Netflix ⓒ 2021

2018년, 이창동 감독의 영화 ‘버닝’으로 데뷔, 영화계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는 이어 영화 ‘콜’(2020)에서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역을 연기하며 충무로 세대교체를 예고했다. 전종서는 지난해 ‘콜’을 연출한 이충현 감독과 연인사이임을 공개하며 Z세대 여배우다운 당당함을 보였다.

“이충현 감독은 내게 들어오는 시나리오를 읽고 연출가의 시각으로 조언해준다. 내가 감독님께 조언하기보다 주로 조언받는 입장이다.(웃음)”

애나릴리 아미푸르 감독의 영화 ‘모나리자와 블러드문’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한 전종서는 당초 ‘종이의 집’ 출연을 결정하기에 앞서 해외 영화 출연을 계획했지만 한국 대중 앞에 서고 싶다는 마음으로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고 했다.

“한국 대중을 빨리 만나고 싶다는 바람이 들었을 때 ‘종이의 집’이 내게 왔다. 작품에 대한 호불호가 있겠지만 아직 반 밖에 공개 안했다. 파트2까지 완주하면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mulgae@sportsseoul.com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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