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53147
파울루 벤투 감독.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 박준범기자] 기량 문제가 아니다. ‘스타일’의 차이다.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은 자신만의 원칙과 철학이 확고한 지도자다. 경기장에서는 확실하게 빌드업을 통한 전개를 강조하고, 선수 선발에도 갖춰놓은 리스트 안에서 선수를 발탁한다. 비단 이번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명단에서만 비롯된 일은 아니다.

특히 이름이 거론되는 건 이승우다. 이승우는 올 시즌 K리그에 입성해 점차 제 기량을 보여주는 중이다. 4경기 연속골을 넣은 바 있고, 21경기에서 9골2도움으로 이미 공격 포인트는 두 자릿수를 넘어섰다. 1~2선을 오가며 보여주는 특유의 번뜩임은 여전하다. 수비 가담은 이전과 비교하면 상당 부분 나아졌으나, 아직 체력적인 부분이 완벽하지 않다. 장단점이 명확한 선수다.

그럼에도 벤투 감독은 이승우를 선택하지 않았다. 대신 이승우의 동료 이기혁(수원FC)은 물론 강성진(FC서울), 고영준(포항 스틸러스) 등을 발탁해 점검한다. 벤투 감독은 2019년 6월11일 이란과 평가전 이후 이승우를 뽑지 않고 있다. 물론 당시와 지금의 상황이 사뭇 다르나, 바꿔말하면 3년 만에 다시 체크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는 뜻도 된다.

소속팀에서 기회는 적으나, 볼 키핑과 정확한 킥 력을 보유한 이강인(마요르카)도 지난해 3월 일본과 평가전 이후 벤투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강인은 황선홍 감독이 지휘하는 23세 이하(U-23) 대표팀에는 발탁돼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에 출전했다. K리그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시즌 득점왕에 이어 올 시즌에도 가공할 만한 득점력을 보여주는 공격수 주민규(제주 유나이티드)와 지난 시즌 MVP 수비수 홍정호(전북 현대)에게도 기회는 주어지지 않고 있다. 최근 측면 공격수 중 가장 폼이 좋다고 평가받는 김대원(강원FC)도 벤투호에 승선하지 못했다.

선수 선발과 기용은 오롯이 감독 고유 권한이고 책임이다. 월드컵으로 가는 과정에서 벤투 감독은 지속해서 자신의 철학과 원칙을 밀어붙이고 있다. 월드컵 본선까지는 이제 4개월 남짓한 시간이 남았다. 벤투 감독이 그리는 구상과 그림은 어느 정도 정해졌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를 고집이라고 평가 절하 할 수는 없다. 게다가 특정 선수 선발에 관한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보여지는 기량의 문제가 아닌 스타일의 차이로 접근해 바라봐야 한다.

beom2@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