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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두 시간 동안 울고 웃고 단짠단짠 미쳤음.”

지난 달 28일 개봉한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관람한 관객의 SNS 후기다. 웃으면서 들어갔다 울면서 나온다는 관객의 평처럼 영화는 관객의 눈물콧물을 쏙 빼놓는다. 특히 “엄마가 생각난다, 엄마랑 같이 봐야겠다”는 댓글이 압도적으로 많다.

‘인생은 아름다워’의 최국희 감독 역시 처음 연출을 제안 받고 시나리오를 읽으며 어머니를 떠올렸다. 최 감독은 “영화의 시작이 우리 어머니다. 아버지가 극중 진봉(류승룡 분)같지는 않지만(웃음), 대체로 억눌려 살아왔다는 점에서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고 털어놓았다. 최감독은 “어머니는 늘 못난 아들 편이라 내가 뭘 연출하든 다 좋아하신다”면서도 “나도 어머니랑 함께 영화를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영화는 폐암선고를 받고 죽음을 앞둔 가정주부가 자신의 첫사랑을 찾아나서는 과정을 그렸다. 평범하고 진부할 수 있는 이야기는 1980년대부터 2000년 초반을 관통한 대중가요를 활용한 주크박스 뮤지컬(인기 대중음악으로 만든 뮤지컬) 영화로 외연을 단장했다. 친근한 멜로디와 마음을 울리는 가사는 관객을 웃겼다 울리는 비장의 무기다.

실상 최감독은 뮤지컬 문외한이다. 때문에 처음 연출의뢰를 받았을 때 적지 않게 고민했고 공부했다.

“평범한 이야기지만 뮤지컬이란 장치가 들어가면 다양한 색을 낼 수 있으리라 여겼다. 진부하고 센 캐릭터가 음악과 조화를 이루면 새로운 장르가 되겠구나 생각했다.”

유성영화가 나오기 시작하던 1950~60년대부터 뮤지컬 장르 영화는 모조리 섭렵했다. ‘싱잉 인더 레인’(1952)부터 최근 작인 ‘라라랜드’(2020)까지 화제의 뮤지컬 장르 영화는 공부하는 마음으로 모두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뮤지컬 뿐만 아니라 미셸 공드리 감독이 연출한 뮤직비디오까지 꼼꼼히 살펴봤다.

사전준비를 철저히 했지만 영화를 만들 때 시행착오가 적지 않았다. 최 감독은 “녹음, 편곡, 음악, 음정까지 쉬운 게 하나도 없었다”며 “특히 배우마다 음정이 다 달라서 음정 잡는 게 어려웠다”고 밝혔다.

고생한 만큼 결과물의 수준은 높다. 최 감독은 가장 마음에 드는 곡으로 ‘솔로예찬’과 ‘뜨거운 안녕’, 그리고 ‘세월이 가면’을 꼽았다.

“‘솔로예찬’은 콘셉트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준 곡이다. 마지막 연회장면에서 찍었던 ‘뜨거운 안녕’은 찍으면서 많은 이들이 울컥했다. 감정적으로 기억에 남는다. 원래 엔딩은 ‘세월이 가면’이 아닌 다른 곡이었는데 기술시사 이틀 뒤 새롭게 녹음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관객이 울컥하는 모습을 보면 잘 변경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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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인성 으뜸 옹성우, 목소리에 반한 하현상

음악과 함께 어우러진 배우들의 빼어난 연기호흡은 ‘인생은 아름다워’의 또 다른 힘이다. 최 감독은 “진봉 역의 류승룡 씨는 동물적으로 한 박자 빠른 리액션과 감각을 자랑한다. 세연 역의 염정아 씨는 평소 뮤지컬을 하고 싶다는 얘기를 전해듣고 재빠르게 섭외했는데 촬영순서까지 조율할 정도로 많은 배려를 해주셨다”고 감사를 표했다.

어린 세연 역의 박세완은 염정아랑 꼭 빼닮은 외모가 캐스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워너원 출신 옹성우는 외모, 연기력, 춤, 노래실력까지 뮤지컬 영화에 걸맞은 인재다. 최 감독은 “연기도 잘하지만 무엇보다 인성이 좋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두 사람은 최 감독의 차기작인 ‘별빛이 내린다’에서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춘다.

세연의 아들로 출연하는 하현상은 오디션에서 노래 첫 소절만 듣자마자 바로 오케이를 외쳤다. 최 감독은 “원래 하현상은 연기를 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소속사의 권유로 오디션을 봤는데 첫 소절을 들은 뒤 목소리에 반했다”며 그를 설득해 연기의 길로 인도했다.

쉽지 않은 공부와 촬영, 그리고 팬데믹으로 인한 개봉연기까지...긴 시간을 견딘 최 감독은 이 영화를 마라톤에 비유했다. 그는 “오래오래 달리며 결과물을 만들었다”며 “객석에서 눈물이 마르지 않은 관객들을 보면 뿌듯함과 동시에 영화감독 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웃다가 운다는 반응이 많은데 그래도 웃는 영화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mulgae@sportsseoul.com

사진제공|롯데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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