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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수원=김민규기자]“포스트시즌 압박감보단 재미있다.”
KT가 벼랑 끝에 몰렸다. 오늘의 패배는 곧 포스트시즌 끝이다. 하지만 간판타자 강백호(23)의 각오는 간결하고 단단했다. 필승을 다짐하면서도 순간을 즐기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어느 덧 프로 5년차인 KT의 프랜차이즈 타자는 이렇게나 성장해 있었다.
강백호는 2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리는 키움과의 KBO리그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준PO) 4차전을 앞두고 만나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지난해 KT의 창단 첫 통합우승을 이끌었던 강백호는 올해 시즌 개막 전 발가락 부상으로 늦게 출발했고 7월에는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불운이 겹쳤다. 정규시즌 62경기에 출전해 타율 0.245 6홈런으로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을 시작하면서 타격감을 조금씩 회복하는 모습이다. 이번 키움과의 준PO 시리즈에선 매일 안타와 타점을 뽑아내고 있다. 준PO 3경기에서 타율 0.273(11타수 3안타) 3타점을 기록 중이다. 본인 스스로는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강백호는 “제가 워낙 기복이 심하다. 오늘도 주사위를 던져봐야 알 것 같다”며 “매 경기 하나씩 밖에 없네요. 하루에 하나밖에 장전을 못 하네요”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팀의 정신적 지주이자, ‘홈런왕’ 박병호는 그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병호는 “(강)백호가 미쳐야 한다. KT는 강백호란 선수에 좌지우지 되는 팀이란 건 자명한 사실이다”고 강백호를 응원했다.
이에 대해 그는 “내가 못하고 있나요(웃음)”라고 활짝 웃으며 “그런데 더 잘해야 한다. 좀 더 책임감을 갖고 해야 될 것 같다. 이번 경기가 중요한 경기다 보니 우리 선수들도 너무 잘해줬기 때문에 내가 열심히 할 것이다. 이기도록 정말 열심히 하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그래서였을까. 강백호는 안타를 친 후 평소보다 더 큰 동작으로 세리머니를 하며 분위기를 돋웠다. 이 역시 책임감의 표출이다. 그는 “어제는 좀 더 크게 (세리머니를)했다. 분위기가 처지면 안 되니깐, 어제 경기뿐만 아니라 오늘 경기로 연결되니깐 일부러 더 크게 했다”고 설명했다.
프로 5년차, 어엿한 팀의 간판타자다. 책임감에는 그만한 무게의 압박감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는 포스트시즌 자체가 즐겁다고 했다. 강백호는 “솔직히 압박감은 없다. 재밌게 하고 있다”며 “포스트시즌 3년째인데 매년 즐겁게 하고 있다. 첫 포스트시즌에는 긴장했었는데 이제는 재밌다. 가을야구는 좋은 축제기 때문인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개인적 욕심을 묻는 질문에는 재치 있게 넘겼다. 그는 “5년차 안에 통합우승 한 번 했으면 됐지, 거기서 뭘 더 바라요(웃음)”라고 미소 지으며 “데뷔 1년차 때는 팀의 탈꼴찌가 목표였다. 그런데 이제는 가을야구를 하고 있다. 이렇게 하고 있는 것이 즐겁고 KT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이 참 좋다”고 속내를 밝혔다.
그러면서 “매년 순위를 예측할 때 KT가 없었는데 이제는 강팀으로 자리매김한 것 같다. 오늘 반드시 강팀의 면모를 보여줄 것”이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강백호의 다짐이 통했을까. 이날 2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한 그는 1회 말 첫 타석에서 우전 안타를 기록했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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