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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왕 역할이 좋긴 좋더라. 궁중의상 담당자가 직접 겹겹이 옷을 입혀주는 모습에 ‘진짜 왕은 이렇게 대접받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성강한 외모, 사람 좋은 웃음으로 소시민 역할을 주로 연기했던 배우 유해진은 데뷔 25년만에 처음으로 왕 역할을 맡은 소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16일 개봉하는 영화 ‘올빼미’는 조선 16대 왕 인조와 그의 아들 소현세자의 죽음을 다룬 서스펜스 스릴러 사극이다. 영화는 인조실록에 기록된 ‘소현세자의 이목구비에서 선혈이 흘러나와 마치 약물에 중독돼 죽은 사람과 같았다’는 한 줄 사인(死因)에서 출발해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유해진이 연기한 인조는 삼전도의 굴욕과 아들에 대한 열등감, 권력에 대한 광기어린 욕망에서 벗어나오지 못하는 나약하고 뒤틀린 인간이다.
그간 박해일(영화 남한산성), 이덕화(JTBC ‘꽃들의 전쟁’), 김재원(MBC ‘화정’) 등이 연기한 권위있는 모습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처음 캐스팅 제안이 들어왔을 때 가장 먼저 물어본 게 ‘왜 나인가’였다. 안태진 감독은 ‘조금 다른 왕’을 표현하고 싶다고 설명하더라. 연기하는 내내 한편의 연극이라고 생각하며 인조를 표현했다. 연극에서도 왕 역할은 해본 적 없지만 다행히 무게있고 권위있는 인물은 연기해본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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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진두지휘한 안태진 감독은 17년 전 영화 ‘왕의 남자’에서 동고동락한 사이다. 당시 유해진은 광대 육갑으로, 안태진 감독은 조연출을 맡았다.
“부안세트장에서 촬영을 하면서 17년 전 촬영 장면이 오버랩됐다. 당시에는 경극분장을 하고 엎드려서 발발 기어다녔다. 촬영이 예정됐다가 생략된 장면도 있었다. 속상한 마음에 이준익 감독님 옆자리에 앉아 허벅지를 치며 푸념을 하다 멍이 시퍼렇게 든 기억도 있다. 왕 역할로 이 세트에 다시 오다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때나 지금이나 안태진 감독님도, 세트도 별로 변한게 없다. 세트가 조금 낡았다는 것 외에는. 하하하”
최근 사극 고증에 대한 논란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영화가 야사(夜史)에서 주로 주장한 인조의 소현세자 독살설을 정면으로 다뤘다는 점은 자칫 논란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유해진은 “역사적 인물이라고 생각하기보다 시나리오 속 가상의 인물이라 생각하며 연기했다”라며 “역사의 기록에서 출발했지만 역사를 그대로 담지 않았다. 실제 역사를 필요로 하는 이야기는 가감없이 담았지만 그 외의 부분은 ‘픽션’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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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보니 히스테릭하면서도 못난, ‘왕답지 않은’ 유해진만의 인조가 만들어졌다. 며느리인 강빈(조윤서 분)을 윽박지르는 장면이라든가, 행여 음식에 독이 들었을까봐 상궁에게 억지로 기미를 시키는 장면 등은 여느 사극 속 왕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특히 영화후반부에 마치 그간의 죗값을 받듯 구안와사로 고통받는 장면은 압권이다.
“처음에는 제작진이 특수분장을 제안했지만 연기에 제약이 올 것 같았다.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말년에 풍이 왔던 모습과 어릴 때 주변에서 구안와사를 앓은 분을 떠올리며 연기했다.”
영화는 높은 완성도에 힘입어 하반기 극장가의 새로운 구원투수로 떠올랐다. 앞서 지난 추석 연휴 개봉한 유해진 주연 영화 ‘공조:인터내셔날’은 700만 관객을 목전에 둔 697만9465명을 기록해 아쉬움을 남긴 바 있다.
“흥행부담은 항상 있다. 영화시장이 어렵고 침체된 상황에서 손익분기점만 넘겨 웃을 수 있길 바란다.”
mulgae@sportsseoul.com
사진제공|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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