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정
황희정 비더에이치씨 대표(황희찬 누나)가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비더에이치씨 사무실에서 스포츠서울과 월드컵 특집 시리즈 ‘치얼업 인터뷰’에 임하면서 동생 국가대표 유니폼을 들고 포즈를 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동생에게 ‘너를 믿어’라고.”

축구 국가대표 공격수 ‘황소’ 황희찬(26·울버햄턴)의 친누나인 황희정(28) 비더에이치씨 대표는 커리어 두 번째 월드컵을 앞둔 동생에게 ‘신한불란(信汗不亂·땀을 믿으면 흔들림이 없다)’의 마음을 강조했다.

황희찬은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 참가하는 축구대표팀 ‘벤투호’의 핵심 공격수다. 오는 24일 우루과이와 조별리그 H조 1차전을 앞두고 카타르 도하에서 담금질 중인 그는 4년 전 러시아 대회 아쉬움을 씻겠다는 의지다. 지난 19일 허벅지 근육에 피로를 느껴 훈련에 불참하긴 했으나 심각한 상태는 아니다. 무엇보다 함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누비는 ‘캡틴’ 손흥민(토트넘)이 안와골절 수술 여파로 최상의 컨디션이 아닌 만큼 황희찬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그는 주포지션인 윙어 뿐 아니라 경기 상황에 따라 중앙 공격수를 겸할 수 있다. ‘손흥민 리스크’ 줄이는 데 파울루 벤투 감독이 가장 믿는 카드가 황희찬이다.

[포토] 훈련하는 황희찬
카타르 월드컵대표팀 황희찬이 17일 카타르 도하 알 에글라 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도하(카타르)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그의 매니지먼트사를 총괄하는 황 대표는 최근 여자 셀럽이 모여 축구를 즐기는 SBS 예능프로그램 ‘골때리는 그녀들’에도 출연해 대중에게도 낯이 익다. 그는 22일 아버지, 어머니 등 가족과 도하행 비행기에 올라 동생을 현장에서 응원할 예정이다. 출국 닷새 전인 17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있는 비더에이치씨 사무실에서 본지와 만난 황 대표는 “부모님 뿐 아니라 외가 친척까지 간다. 동생이 이번에 더 잘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큰데 카타르에서 따뜻한 말 한마디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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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찬은 대표팀 내 1996년생 태극전사 중 유일하게 월드컵을 두 번째 경험한다. 그는 2018년 러시아 대회에서 너무 긴장한 탓에 특유의 저돌적인 돌파와 슛 등 제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황 대표는 “러시아 월드컵도 현장에 있었는데 킥오프 호루라기가 울린 뒤 심장 뛰는 게 발까지 느껴지더라. 너무 가슴 졸였고, 손에 땀이 났다. 희찬이도 긴장하는 성향이 아닌데 압박감을 받는 게 느껴졌다”고 더듬었다. 그러면서 “4년의 세월이 흘렀는데 그사이 동생은 분데스리가를 거쳐 EPL까지 빅리그를 경험했다. (잘츠부르크 시절엔) 유로파리그 4강도 경험하지 않았느냐. 기술이나 시야 모두 나아졌다고 본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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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찬이 지난 2018년 6월18일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에서 열린 FIFA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스웨덴전에서 상대와 볼다툼하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황 대표는 직접 축구를 경험하면서 동생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졌다고 한다. 어느덧 황희찬도 인정하는 ‘축구 전문가’다. 황 대표는 “어떤 분은 희찬이를 평가할 때 생각 없이 막 차고 질주만 한다고 생각하더라. 내가 볼 땐 생각이 너무 많다. 축구 지능이 높은 편인데 실전에서 많은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월드컵을 앞뒀는데 ‘생각 너무 많이 하지 말고, 너를 믿어’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황희정 황희찬 유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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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한일월드컵 당시 붉은악마 티셔츠를 입고 응원하는 황희찬(왼쪽)과 누나 황희정 씨.

황희찬은 카타르 땅을 밟기까지 마음고생이 컸다. 특히 지난 2020년 11월 대표팀의 오스트리아 A매치 원정에서 동료와 코로나19에 감염된 적이 있다. 황희찬은 유독 후유증이 심해 두 달여 공백기를 보냈다. 황 대표는 당시 황희찬의 상태에 대해 “사실 코로나 감염 이후 폐에 물이 찼다”고 밝혔다. 또 “동생이 부모님과 통화할 땐 ‘괜찮아~’라고 했는데, 내겐 ‘안 괜찮아~’라고 솔직히 말하더라. 그때 살면서 가장 많이 울었던 거 같다”며 “코로나로 비행길이 막혀 도움을 주러 가기가 어려웠다. 독일 대사관, 경찰청 다 연락해서 방법을 찾았다. 2주 이후 들어갔는데 다행히 (폐 부위) 처치를 받아서 나아진 상태였다”고 떠올렸다.

황희찬은 코로나 후유증으로 폼을 되찾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특유의 ‘독기’를 발휘했다. 운동량을 더 늘리고 조미료가 가미된 식사는 절대 하지 않는 등 혹독한 자기 관리 끝에 체질량 지수를 8%까지 떨어뜨렸다. 그 결과 지난해 울버햄턴을 통해 꿈꾸던 EPL에 입성했고 초반 맹활약하며 연착륙에 성공했다. 황 대표는 “식단 관리 등 점점 자기를 혹독하게 다루더라. 나도 밥을 많이 안 먹는 편인데 동생은 나의 3분의1 수준을 먹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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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찬 어린 시절 아버지, 어머니, 누나와 가족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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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버햄턴 황희찬이 지난 6일(한국시간) 브라이턴과 홈경기에서 드리블 돌파하다가 상대 수비수와 충돌한 뒤 주심을 바라보고 있다. 울버햄턴 | 장영민통신원

EPL 2년 차이자 ‘월드컵 시즌’인 2022~2023시즌엔 울버햄턴 내 ‘포르투갈세’에 황희찬은 선발 기회를 많이 잡지 못했다. 최근 사령탑이 교체된 뒤 다시 선발 요원으로 복귀했다. 황 대표는 “솔직히 가족은 (포르투갈 출신 전임) 감독 탓을 했다. 이유 없이 선발에서 제외하니까. 그런데 희찬이는 ‘기회는 오겠지, 훈련장에서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더라. 남 탓하지 않는 동생을 보고 잘 이겨내겠다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황희정

황희정

숱한 난관을 뚫고 영광스러운 월드컵 태극마크를 두 번째로 달았다. 황 대표는 황희찬이 자기를 믿고 월드컵을 즐기기를 바랐다. 특히 첫 상대 우루과이엔 그의 롤모델인 루이스 수아레스가 있다. 황 대표는 “희찬이가 수아레스를 만나면 영광스러울 것이다. 수아레스는 돌파력이 좋고 수비를 잘 괴롭히면서 골을 넣지 않느냐. 희찬이와 스타일이 비슷하다. 과거 (리버풀전서) 버질 판 다이크를 제치고 골을 넣은 것처럼 수아레스 앞에서도 당당하게 플레이했으면 한다”고 웃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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