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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도하(카타르)=정다워기자] ‘천재’가 ‘진짜’ 월드컵 무대에 섰다.
축구대표팀 막내 이강인(21·마요르카)은 지난 24일 카타르 도하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루과이와의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후반 30분 교체 투입돼 월드컵 데뷔전을 치렀다. 추가시간을 포함해 약 22분을 소화한 이강인은 특유의 창조적인 패스와 기술로 막판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제 몫을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성공적인 데뷔전이었다.
3년 전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이강인은 두 살 어린 나이에도 대회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차원이 다른 창조적인 패스와 상대를 농락하는 개인기로 한국을 결승으로 인도했고,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후 정체되는 모습도 있었지만 이번시즌 스페인 라리가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기량을 인정받고 있다. 1년8개월간 기회를 주지 않았던 파울루 벤투 감독도 가장 필요한 순간에 결국 이강인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가 가진 기량을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제 이강인은 진짜 월드컵 무대에 섰다. 부담스러운 대회이지만 대범한 성격의 이강인은 긴장하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우루과이전 후 이강인은 “너무 재밌었다. 선수로서 경기에 뛰고 싶은 건 당연하고 뛸 때 행복하다. 떨리기보다는 설렜다. 팀에 도움이 되고자 최선을 다했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가볍게 월드컵 무대에 적응한 이강인은 28일 1차전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가나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강인은 1차전 후 치른 두 차례 훈련에서 가벼운 몸놀림을 선보였다. 25일 자체 미니게임에서 뛰어난 볼 소유 능력과 창의적 플레이로 눈길을 끌었다.
이강인은 가나전 히든카드다. 가나는 측면, 그리고 수비 뒷공간에 약점이 있다. 포르투갈전에서도 수차례 위기에 노출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필요한 게 이강인의 ‘마법’이다. 이강인의 킥과 창조적인 패스는 팀에서 최고 수준이다. 손흥민이나 황희찬, 혹은 황의조, 조규성 등 공격수들의 움직임에 맞춰 상대 허를 찌르는 패스를 구사할 수 있다. 베스트11에 들어가는 것은 어려울지 몰라도 후반에 들어가 흐름을 바꾸는 역할을 할 선수다. 황희찬을 비롯한 팀 동료들은 이미 이강인에 대해 “좋은 패스를 넣어준다. 같이 뛰어보면 호흡도 잘 맞는다”라며 기량을 높이 평가한 바 있다. 이강인이 뛰면 공격수들의 능력을 배가시킬 수 있다.
가장 우려했던 수비 가담이나 활동량 면에서도 문제가 없다. 우루과이전을 보면 이강인이 들어간 후반에도 한국은 실점하지 않았다. 나상호 정도의 수비 능력은 아니었지만 이강인은 나름대로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해 힘을 보탰다. 기량을 입증한 만큼 벤투 감독도 골이 필요한 순간에는 이강인 카드를 다시 한 번 꺼내들 가능성이 크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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