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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그야말로 참혹한 결과였다. 정몽규(61)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또다시 국제축구연맹(FIFA) 재입성에 실패하면서 한국 축구의 외교적 고립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정 회장은 지난 1일 바레인 마나마에서 열린 제33차 아시아축구연맹(AFC) 총회에서 FIFA 평의회 위원에 재도전했으나 낙선했다. 7명의 후보 중 5명을 뽑는 선거였으나 정 회장은 19표로 6위에 그쳤다. 4년 전 FIFA 평의회 위원 재선에 실패한 뒤 또다시 고개를 숙인 것이다.
특히 이번엔 아시아를 장악하고 세계 축구에도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동 국가 후보에 완패한 것 뿐 아니라 필리핀(마리아노 V. 아라네타 주니어·34표), 말레이시아(다툭 하지 하미딘 빈 하지 모흐드 아민·30표) 후보에도 밀렸다. 두자오카이(중국·18표)에게 1표 앞서 최하위를 면한 게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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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이번 총회에서 시행한 선거는 ‘중동 잔치’였다. 세이크 살만 빈 에브라힘 알 칼리파(바레인) 현 AFC회장이 4선에 성공한 데 이어 평의회 위원 선거에서 셰이크 아마드 칼리파 알 타니(카타르)가 40표로 최다 득표를 차지했다. 야세르 알 미세할(사우디아라비아) 도 35표로 3위였다.
‘오일머니’를 무장한 중동 국가는 산유국에서 파생하는 경제 효과를 누리는 것에서 스포츠를 통해 새 가치 창조에 애쓰고 있다. 그 중심이 축구다. 이날 사우디는 2027년 아시안컵 개최지로 선정됐다.지난해 카타르 월드컵 성공 개최를 바라본 ‘최대 산유국’ 사우디는 2030년 월드컵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 이미 2029년 동계아시안게임도 유치한 사우디는 모든 분야에서 카타르처럼 첨단 IT시설로 중무장한 새 경기장, 실리적인 인프라 등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카타르 대회를 통해 최대 수익을 낸 국제축구연맹(FIFA) 내에서 사우디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이미 나오는 이유다. 자연스럽게 AFC 내 중동 국가의 결집은 더 강해지고 있다.
지난해 아시안컵 유치전에서 카타르에 완패한 한국 축구는 정 회장이 또 낙선하면서 ‘중동세’를 다시 실감하게 됐다. 그렇다고 중동세만 핑계 대서는 안 된다. 필리핀, 말레이시아에도 밀린 건 다각도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축구는 정몽준 KFA 명예회장이 1994년 FIFA 부회장에 당선되고 2010년까지 16년간 집행위원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면서 국제 무대에서 제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이후 눈에 띄게 외교력 부재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정몽규 회장 체제에서 중동세가 커질 때 뚜렷한 전략도 없고, 꾸준하지도 못한 외교전으로 질타받았다. 이번 집행위 선거를 앞두고도 일찌감치 AFC 내에서 정 회장의 당선 가능성을 낮게 본 이유다. KFA에서 ‘할 만큼 했다’는 견해를 내놨지만 정 회장 임기 내 장기적 안목으로 외교전을 펼치지 못한 게 사실이다.
다음 세대를 위해서 지금부터라도 다채로운 외교 전략을 꾸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도 AFC에 영향을 끼치는 스폰서가 있고, 리그 수준이나 대표팀 경쟁력 등 시스템은 여전히 아시아 최상위다. 중동과 교류 범위를 넓히면서 ‘거리 좁히기’에 나서야 한다는 견해가 나온다. 또 유사 문화권인 동아시아 국가와 이해관계도 재조정해야 한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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