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본 -피지컬100_메인 포스터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피지컬100’ 포스터. 제공 | 넷플릭스

[스포츠서울 | 조은별] 보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피지컬100’의 결승 재경기 및 경기 조작논란과 관련해 제작사인 MBC가 ‘일부 원본공개’라는 승부수를 던지며 의혹을 불식시켰다.

앞서 ‘피지컬100’은 지난 달 21일 결승전 공개 이후 제기된 조작 의혹으로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제작진은 오디오 타임라인을 공개하며 조작이 아닌 재경기라고 반박했지만 준우승을 차지한 경륜선수 정해민은 “우승을 차지한 우진용이 소음 때문에 경기를 중단시켰다”고 주장하며 제작진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결국 이 문제는 MBC가 특정 출연자를 위해 경기를 조작했다는 루머로 번졌다.

‘피지컬100’ 제작진은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골든마우스홀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달 21일 공개된 ‘무한로프 당기기’ 결승전의 일부 원본을 공개했다. 제작진이 공개한 원본에서 두 선수가 각자의 줄을 당기자 쇠를 긁는 듯한 ‘굉음’이 발생했다. 소음은 우진용 선수의 로프에서 유독 심하게 들렸다. 우진용 선수가 줄을 끌 때마다 기름칠이 안된 거대한 쇠문에서 삐걱거리는 듯한 소음이 갈수록 커져갔다.

결국 7~8분 뒤 제작진이 경기를 중단시키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육안으로 확인 결과 경기 중단 전까지는 정해민이 앞섰던 것도 사실이었다. 우진용의 경우 힘겨워하며 무대 밖으로 나가거나 세 번 이상 주저앉는 등 전반적으로 산만하다는 인상이 강했다.

피지컬100 로프당기기
넷플릭스 ‘피지컬100’의 한 장면. 제공 | 넷플릭스

◇제작진은 왜 7~8분 뒤 경기 중단시켰나? 방송사용불가 소음 및 안전문제

제작진이 공개한 원본을 통해 우진용이 먼저 손을 들었다는 의혹은 종식됐다. 그러나 의문은 남는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소음이 발생했는데 왜 제작진은 빨리 경기를 중단시키지 않았을까.

이에 대해 ‘피지컬100’을 연출한 장호기 PD는 “처음에는 경기 흐름을 끊기보다 계속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음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촬영본을 사용하기 어렵겠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이 소음이 안전문제의 시그널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만에 하나 줄타래의 축이 파괴되거나 튕겨져 거대한 줄타래가 등을 지고 있던 출연자를 향해 굴러올 경우 부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해 경기를 공식적으로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제작진의 경기 중단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 역시 사실이다. 보다 더 빨리 경기를 중단시키거나 끝까지 진행할 수는 없었을까. 장PD는 “‘피지컬100’ 프로그램 특성상 선수들의 리허설이 불가능해 제작진이 수차례 시뮬레이션을 거쳤다. 결승전 소음은 시뮬레이션 단계에서 듣지 못했던 소음이었다”며 “제작진 역시 당황했고 7~8분에 거쳐 논의를 거듭했다”고 해명했다. 결국 로프의 소음은 WS라는 녹제거제를 뿌린 뒤 멈췄다고 덧붙였다.

정해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피지컬100’ 준우승자 정해민. 제공 | 넷플릭스

◇정해민이 원한 건 경기 과정…왜 방송사고 공개 안했나?

애초 준우승자인 정해민이 원한건 자신이 준우승을 하게 된 과정을 모두 공개해달라는 것이었다. 이 점에 있어 장 PD는 “당시 판단으로는 쉽지 않았다. 우리 프로그램은 스포츠 경기가 아닌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다.

장PD는 “편집을 모두 마쳤던 8월에는 그 부분을 간과했다. 방송에서는 특정 데시벨 이상의 소음을 전달할 수 없다. 만약 오디오 사고라고 자막을 내더라도 또다른 ‘조작’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여겼다”며 “지금은 지상파 방송처럼 한 회차씩 공개됐다면 오디오 사고과정을 공개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고 후회했다.

두 선수가 전문 방송인이 아닌 일반인인 만큼 당일 경기 재개가 아닌 며칠 뒤 경기 재개라는 선택지만 주는 방법은 없었을까. 장PD는 “며칠 뒤 경기를 재개한다고 제작진이 일방적으로 고지할 경우 이 역시 제작진의 횡포라 여길 수 있기에 출연자들에게 선택지를 줬다. 정해민 선수 자신이 당일 경기 재개를 원했다”고 말했다.

우진용
넷플릭스 ‘피지컬100’ 최종회에서 우승을 거머준 우진용. 제공 | 넷플릭스
◇선수·시청자들과 신뢰 회복은? 넷플릭스 본사와 협의과정은?

제작진이 원본 공개라는 강수를 뒀지만 선수들은 제작진에 대한 불신이 깊다. 시청자들 역시 직접 해당 장면을 본게 아니다 보니 시중에 여러 루머가 돌고 있다.

장PD는 “선수들에게 연락을 하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정해민 선수의 최초 인터뷰가 공개되기 전날 문자메시지로 연락 드렸더니 바로 다음 날 ‘제작진이 정해민 선수를 회유하려 한다’는 루머가 돌았다”며 “계속 연락을 드리거나 회유하려고 한 적은 없다. 다만 대화로 신뢰관계를 풀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국내에서는 일부 취재진에게 원본 일부를 공개했지만 국내외 시청자들을 설득하는 것도 관건이다. 김현기 CP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특성상 촬영 원본은 넷플릭스가 소유하며 저작권을 엄격하게 규제한다. 제 3자의 재편집에 따른 유통 문제, 문제의 본질과 또 다른 상황 및 이 문제와 관계없는 출연자들의 대화유출, 방대한 녹화 분량 등에 따라 일부 원본만 취재진에게 공개하게 됐다”며 “시청자들을 설득하는 문제 역시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문제의 과정을 담은 감독판 공개 등에 대해서는 “계획이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제작진은 “제작진이 줄타래를 조작하거나 특정 출연자를 우승시키기 위해 준결승 전에서 출연자들의 순서를 바꿨다는 루머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그 어떤 부당한 조작도 없는 만큼 허위사실 및 확인되지 않은 의혹으로 프로그램과 출연자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는 엄중히 대응할 예정이다”라고 경고했다.

mulgae@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