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쯔충

양쯔충
SBS ‘8시뉴스’ 출처 | SBS

[스포츠서울 | 박효실기자] 9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여우주연상의 영예를 안은 양쯔충(61·양자경)의 수상소감을 ‘손질’했다가 SBS가 뭇매를 맞았다.

SBS는 앞서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양쯔충의 수상소감 중 맨 앞부분인 “And Ladies(여성 여러분)”을 잘라냈다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다중우주를 소재로 한 병맛 SF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다니엘 콴, 다니엘 쉐이너트 감독)’의 주인공 양쯔충은 하얀색 드레스를 입고 나와 감격의 수상소감을 전한 바 있다.

당시 양쯔충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밤 저와 같은 모습을 지켜보는 어린아이들에게 이것이 희망의 불꽃이 되기를 바란다. 가능성이 되기를 바란다. 큰 꿈을 꾸고 꿈은 실현된다는 걸 보여주길 바란다”라며 아카데미의 높은 벽을 부순 감격의 소감을 밝혔다.

이어 “여성 여러분, 여러분들은 황금기가 지났다는 말을 절대 믿지 마시기를 바란다. 이 상을 제 엄마께 바친다. 모든 전 세계 어머니들께 바친다. 왜냐면 그분들이 바로 영웅이기 때문이다. 그분들이 아니었다면 그 누구도 오늘 이 자리에 있지 못했을 것이다. (중략) 아카데미 감사합니다. 이것은 역사를 만들어가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그 자신이 환갑을 넘은 아시아 여성인 양쯔충은 아카데미에서 소수 중의 소수였던 자신이 이룬 놀랍고 위대한 성과에 감사했고, 자신과 같은 여성들을 호명하며 그들에게 용기를 북돋우는 발언을 했다.

하지만 SBS는 당일 ‘8시 뉴스’에서 “여성 여러분”이라는 부분을 묵음 처리하고 자막에서도 삭제한 채 내보내 논란이 됐다. 관련 논란이 이어지자 14일 유튜브에서 해당 영상을 삭제하고, ‘여성들’이라는 자막을 살린 클립 영상을 새로 올렸지만, 이를 놓고 항의가 이어졌다.

SBS 측은 “의도를 갖고 왜곡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라고 해명했으나 누리꾼들은 ‘여성들’이라는 음성과 자막이 다시 살아난 영상에 “굳이 여성을 지웠어야할 이유가 뭐냐”며 반발하고 있다. 항의 댓글은 15일 현재 300건이 넘었다.

누리꾼들은 “CNN 남성앵커가 여성은 40대까지가 전성기라는 말을 한게 화제가 되어서 여성들에게 전성기가 지나지 않았다고 전해주는 메세지였는데, 그 소감에서 굳이 여성을 삭제하려고 품을 들여 편집까지 해 배우님의 뜻을 왜곡 보도하는 정성이 엄청나네요” “왜 사과를 안해요? 항상 공정해야할 언론이 지들 맘대로 ‘여성에게만 해당되는 말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타자의 발언을 편집하고 날조해서 보도한건데? 책임지고 사과하셔야죠”라는 반응이었다.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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