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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커브와 체인지업을 내 구종으로 만들 것이다. 작년까지는 조금 던졌다가 제구가 안 된다 싶으면 던지지 않았다. 올해는 던지겠다.”
스프링캠프에서 다짐이 시범경기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지난 19일 사직 롯데전. 첫 이닝부터 만루위기에 빠지고 실점했으나 3, 4번째 구종을 꾸준히 던졌다. 체인지업이 반대투구로, 커브가 존 아래로 크게 벗어나며 투구수를 낭비하면서도 인내심을 잃지 않았다. 2회부터는 두 구종을 원하는 곳에 넣기 시작했고 추가실점 없이 임무를 마쳤다. 네 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LG 선발투수 이민호(22) 얘기다.
시범경기는 결과보다 과정이다. 단순히 승리만 바라보는 게 아닌 비시즌부터 캠프까지 갈고닦은 부분을 시험하는 무대다. 이민호에게는 특히 그렇다. 사령탑이 일찍이 선발진 한자리를 보장했다. 즉 시범경기 호투보다는 정규시즌 호투가 필요하다. 지난해 12승을 거뒀으나 극심한 기복에 시달렸다. 승리한 12경기에서는 평균자책점 1.35, 나머지 1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0.77이었다. 처음으로 두 자릿수 승에 성공했지만 기쁨보다 한계와 마주한 2022시즌이었다.
과제는 뚜렷했다. 단순한 투구패턴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속구와 슬라이더 비율이 1년차에는 88.7%, 2년차에는 86.8%, 3년차에는 82.9%였다. 투피치에서 탈피하려는 모습이 조금씩 보였으나 성공하지는 못했다. 그러면서 타자들에게 이민호는 빠른 타이밍만 머릿속에 넣으면 되는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처음 마주했을 때는 140㎞ 중반대 속구와 140㎞까지 찍히는 고속 슬라이더에 당황했던 타자들도 이민호에게 적응했다.
변하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비시즌부터 캠프까지 커브와 체인지업을 부지런히 연마했다. 지난달 미국 애리조나 캠프에서 이민호는 “세 번째, 네 번째 구종도 이제는 꾸준히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커브와 체인지업을 내 구종으로 만들 것이다. 작년까지는 좀 던졌다가 제구가 안 된다 싶으면 던지지 않았다. 올해는 던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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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짐대로 커브와 체인지업의 비중이 크게 늘었다. 첫 시범경기였던 지난 13일 창원 NC전부터 커브와 체인지업을 많이 구사했다. 두 번째 시범경기인 롯데전에서는 총 투구수 58개 중 커브가 14개, 체인지업이 14개였다. 13개를 던진 슬라이더보다 커브와 체인지업을 많이 던졌고 커브와 체인지업을 합한 비중이 48.2%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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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시범경기에서 평균자책점 6.00을 기록했다.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관건은 정규시즌이다. 롯데전처럼 커브·체인지업의 비중을 유지할 수 있다면 타자들은 다시 당혹스럽게 이민호와 상대할 것이다. 2020년 평균자책점 3.60, 2021년 평균자책점 4.30, 그리고 2022년 평균자책점 5.51의 반갑지 않은 오름세도 떨어뜨릴 수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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