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수원=윤세호기자] “박병호 선배와 출근시간 1, 2위를 다투고 있습니다.”
결과 만큼이나 과정에 대한 자신감이 드러났다. 프로 입단 후 승승장구하다가 무너졌던 지난해 모습을 반복하지 않도록 절치부심했고 그러면서 최고의 개막전을 보냈다. KT 천재타자 강백호(24)가 재능에 노력을 더한 모습을 펼쳐보였다.
그야말로 초전박살이었다. 강백호는 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LG와 개막전에서 2번 지명타자로 출전해 솔로포 포함 5타수 3안타 3타점으로 활약했다. 적극적으로 상대 투수의 초구를 노렸고 이전까지 고전했던 케이시 켈리에게 두 타석 연속 초구 공략으로 최고의 결과를 냈다.
1회말 첫 타석에서 2루타, 3회말 두 번째 타석에서는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켈리가 강백호를 의식한 듯 초구를 속구가 아닌 커브로 던졌는데 강백호는 자연스럽게 장타를 만들었다. 6회말 네 번째 타석에서는 다시 2루타로 2타점을 더했다.
KT는 강백호를 중심으로 뜨겁게 터진 타선과 선발투수 웨스 벤자민의 호투를 앞세워 LG를 11-6으로 꺾었다.
단순한 첫 경기 활약이 아니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부터 시범경기까지 절정의 타격감을 유지해왔다. WBC 4경기에서 타율 0.500(14타수 7안타), OPS 1.143, 8번의 시범경기에서 타율 0.318 1홈런 OPS 0.855로 뜨겁게 배트를 돌렸다. 일찍이 올시즌 활약을 예고했고 그게 개막전 결과로 나왔다.
그만큼 철저히 준비했다. 개막전 승리 후 강백호는 “켈리와 승부하면서 좋은 결과가 나와 나도 많이 놀랐다. 워낙 좋은 투수고 카운트가 불리해지면 더 어렵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승부하려고 했는데 결과가 잘 나왔다. 커브를 노려서 친 것은 아니다. 빠른 공을 생각했는데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와서 휘두른 게 잘 됐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는 지난 겨울부터 남다른 준비과정을 보낸 것을 두고 “생활 패턴을 많이 바꿨다. 취침 시간, 기상 시간 모두 이전과 달라졌다. 정말 준비를 열심히 했다고 자부할 수 있다”며 “작년에 부상 당하면서 몸관리의 중요성을 많이 깨달았다. 그동안 너무 나태했다. 부지런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제 연차도 좀 쌓였으니까 너무 선배들에게 의존하는 게 아닌, 스스로 잘 하고 후배들도 잘 끌어주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작년까지는 천재성에 의존하는 선수라는 평가가 많았다. 더할나위 없는 재능은 지녔지만 자신 만의 루틴이나 웨이트 트레이닝은 부족하다는 얘기도 들렸다. 그러나 지난해 부진을 기점으로 모든 것을 바꿨다. 지난해부터 같은 유니폼을 입은 박병호가 좋은 본보기가 됐다.
강백호는 “팀에 정말 좋은 선배님들이 많다. 특히 병호 선배에게 좋은 조언을 많이 얻는다. 지금은 병호 선배와 출근 시간 1, 2위를 다툰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나를 위해서 그렇게 하고 있다. 오전 10시 운동이면 8시까지 꼭 2시간 일찍 나오면서 운동한다”고 말했다.
프로 1년차 개막전 첫 타석부터 홈런을 터뜨린 강백호다. 당해 타율 0.290 29홈런 OPS 0.879로 신인왕을 수상했고 2년차에 0.336 OPS 0.913, 3년차에 타율 0.330 OPS 0.955, 그리고 4년차에 타율 0.347 OPS 0.971을 기록했다. 꾸준히 OPS가 상승하며 최고 타자 반열에 올랐는데 5년차인 지난해 부상으로 고전하면서 타율 0.245 OPS 0.683에 그쳤다.
그런데 실패가 더 높이 도약하는 발판이 되고 있다. 이정후와 함께 21세기 한국야구 최고 재능으로 평가받는 강백호에게 2023시즌은 정상으로 올라서는 첫 해가 될 수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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