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단순한 22세 이하(U-22) 카드가 아니다. 대전하나시티즌의 ‘히든카드’ 배준호가 1부리그에서의 도약을 예고하고 있다.
배준호는 지난 1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K리그1 5라운드 경기에서 1부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지난해 대전에 입단한 배준호는 K리그2 8경기에 출전하며 프로 적응기를 보냈다. 1골을 넣긴 했지만 대단한 활약은 아니었다. 그래도 승강플레이오프 두 경기에 모두 출전하며 대전의 승격에 힘을 보탰다. 전반기보다는 후반기에 존재감을 드러내는 모습이었다.
프로 2년 차. 1부리그에 입성한 배준호는 서울이라는 강팀을 상대로 자신의 재능을 뽐냈다. 선발로 나선 배준호는 후반 14분까지 총 59분을 뛰었다. 주로 왼쪽 측면에서 공격을 풀어가는 역할을 담당했던 그는 87.5%의 높은 패스성공률을 기록했다. 안정적인 볼 터치와 영리한 연결, 탈압박 능력을 유감 없이 선보이며 공격의 활로를 뚫었다. 서울 선수들의 타이트한 압박 속에서도 배준호는 여유로운 플레이로 웬만하면 공을 빼앗기지 않았다. 팀의 첫 번째 골도 배준호의 발 끝에서 시작됐다. 이민성 대전 감독이 후반 초반까지 배준호를 빼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배준호는 아직 100% 컨디션으로 경기에 나서기 어렵다. 지난 3월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20세 이하(U-20) 아시안컵에 차출돼 5경기나 치르는 강행군을 소화했다. 지금은 몸 상태를 회복하고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시기다. 그럼에도 그는 1부리그에서 기죽지 않는 플레이로 두각을 드러냈다. 지난 아시안컵을 통해 유럽 복수 클럽의 관심을 받은 선수다운 활약이었다.
경기 전 “몸 상태를 보고 출전 시간을 조절하겠다”라고 말했던 이 감독도 “많이 힘들다고 봤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해줬다. 기존 선수들과도 경쟁이 될 것 같다”라며 배준호를 칭찬했다.
1부리그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른 배준호는 “사실 경기 전에 황의조, 기성용 같은 대선배 형들을 보며 신기했다. 그래도 경기 중에는 신경쓰지 않고 제 플레이에 집중한 것 같다”라며 “재미있었다. 1부리그라 확실히 다르기는 하지만 형들 덕분에 큰 실수 없이 한 것 같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그는 “오늘은 아무래도 첫 경기라 최대한 쉽게 쉽게 가려고 했다. 조금 더 과감하게 하면 좋겠지만 실수를 하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대전에게도, 배준호에게도 2023년은 중요한 해다. 배준호는 1부리그에 잘 안착하는 것, 그리고 올해 5월 열리는 U-20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배준호는 “일단 소속팀에서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월드컵에서 잘하려면 대전에서 좋은 경기력을 발휘해야 한다.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제 막 첫 경기를 했으니 더 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배준호가 이 정도로 해준다면 이 감독은 U-22 카드 걱정을 덜고 스쿼드 운용에 힘을 받을 전망이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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