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당돌하다. 팀 선배들은 ‘난놈’으로 부른다. 사령탑은 ‘어썸(awesome)’이라는 단어로 정의했다. 약관도 채 되지 않은 고졸(충암고) 신인이 KBO리그에서 자기 공을 던진다. 롯데 이태연(19)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해 신인드래프트에서 6라운드 전체 53순위로 롯데가 지명한 이태연은 개막과 동시에 ‘복덩이’가 됐다. 고졸 신인임에도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더니, 두산과 개막시리즈 두 경기에 모두 출전해 1.1이닝 퍼펙트를 기록했다. 1.1이닝이라는 숫자만 보면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고졸 신인이 2만7000여 만원관중 앞에서 김재환 양의지 등 국가대표급 타자에게 제 공을 던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시속 150㎞를 웃도는 무시무시한 강속구를 가진 것도, 마구에 가까운 변화구를 구사하는 것도 아니다. 시속 140㎞대 초중반의 공에 비교적 예리한 변화구로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는다. 데뷔 첫 타자인 김재환을 삼진으로 돌려세워 통산 1호 탈삼진 기념구(球)를 챙긴 그는 두 번째 등판에서 생애 첫 홀드를 기록해 공 하나를 더 수집했다.
이태연은 “긴장 많이했다. 관중이 많아서 깜짝 놀랐다. 타자가 누구인지 신경쓰기보다 내 공을 던져야한다는 생각이 더 강했던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유강남 선배님이 잘끌어주셔서 씩씩하게 던졌다. 당차고 투쟁심있는 투수라는 얘기가 제일 좋다”고 말했다.
구속은 빠르지 않지만, 제구가 좋다. 포수 유강남은 “스프링캠프에서 첫 불펜피칭, 시범경기 첫 등판, 데뷔 첫 등판을 모두 내가 받았다. 처음봤을 때 ‘(1군에서)통하겠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귀띔했다. 베테랑 포수인 유강남의 눈에 이태연의 디셉션이 확 들어왔다. 그는 “1군 베테랑 타자들이 속구 타이밍에 스윙해도 늦겠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팔을)잘 숨겨 나온다”고 설명했다.
누가 가르쳐준 건 아니라는 게 이태연의 답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그렇게 던졌다. 아마추어 때도 코치님들이 디셉션이 좋다는 말씀을 하셨다. 유강남 선배께서도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자신있게만 던져라. 타자들이 쉽게 못칠 것’이라고 자신감을 북돋워주셨다. 그 말이 큰 힘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디셉션 못지않게 제구도 눈에 띈다. 칼날까지는 아니더라도, 포수가 요구하는 언저리로는 던지는 능력을 갖고 있다. 경험이 적어 들쑥날쑥할 가능성도 없진 않지만, 기본적으로 힘있게 스윙하는 법을 안다. 제구가 좋은 투수는 대체로 타깃을 명확히 설정한다. 몸쪽(우타자 기준)을 던질 때 구종에 따라 배터박스 홈플레이트쪽 끝선이나 타자 무릎 등을 타깃으로 두고 던지는 투수도 있다. 포수 미트에서 시선을 떼지 않는 선수도 다수다.
이태연은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 “던질 때까지 미트를 계속 응시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는 “사인교환 후 셋업에 들어가면, 포수가 아닌 대기타석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가 투구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순간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나름의 노하우다. 이런 동작은 은퇴한 김태균, 오승환(삼성)이 타깃을 명확히하기 위해 했던 루틴이다.
참고로 김태균은 우측 폴, 삼성 오승환은 더그아웃 상단의 광고판을 쳐다본 뒤 타깃으로 시선을 옮겼다. 둘 다 “다른 곳을 쳐다보다 타깃으로 시선을 옮기면 핀포인트처럼 집중된다”고 말했다.
단 두 경기에서 탈삼진과 홀드 1호 기록을 달성한 이태연은 “다음에는 세이브를 따내고 싶다”며 웃었다. “신인왕을 논하기엔 이르다”면서도 “도전은 할 것”이라고 강조한 ‘당돌한 신인’이 롯데 왼손 불펜진에 가뭄의 단비처럼 흘러들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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