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고척=윤세호기자] “제가 던진 그 공 하나 때문에 우리가 졌습니다. 참 많은 것을 느꼈고 더 잘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명승부 후에는 늘 희비가 엇갈리기 마련이다. 지난해 한국시리즈(KS)가 그랬다. 최초의 와이어 투 와이어 통합우승을 차지한 SSG와 위대한 도전자였던 키움 모두 박수를 받아야 했으나 둘 다 웃을 수는 없었다. KS 6차전에서 승리한 SSG가 환호한 반면, 준우승에 그친 키움은 아쉬움을 가슴에 품은 채 그라운드에서 퇴장했다.
그리고 그 순간 누구보다 괴롭게 무대를 떠난 투수가 있었다. 포스트시즌 기간 선발에서 중간투수로 전향해 막강한 구위를 뽐낸 최원태(26)였다. 준플레이오프부터 KS 4차전까지 든든히 뒷문을 지켜왔으나 KS 5차전에서 악몽을 맞이했다. 대타 김강민에게 던진 3구 슬라이더가 끝내기 홈런으로 연결된 것이다.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리드한 SSG는 KS 6차전도 이기며 샴페인을 터뜨렸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KS에서는 패했지만 희망도 봤다. 프로 입단 후 최고 구위를 뽐낸 만큼 이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비시즌부터 캠프까지 부지런히 새 시즌을 준비했다. 그 결과 올시즌 첫 선발 등판에서 지난해 포스트시즌 구위를 펼쳐보였다.
최원태는 5일 고척 LG전에서 104개의 공을 던지며 6이닝 5안타 4사구 3개 3탈삼진 1실점했다. 포심 최고 구속 151㎞, 투심 최고 구속 150㎞로 선발투수로서 특급 구위를 뽐냈다. 지난해 선발 등판시 투심 평균 구속이 142㎞였는데 이날은 148㎞였다.
그러면서 최원태는 프로 입단 후 처음으로 시즌 첫 선발 등판 경기에서 승리투수가 됐다. 더불어 2020년 7월 4일 수원 KT전 이후 최다 투구수도 기록했다.
경기 후 최원태는 지난 KS를 회상하면서 올라선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선발투수로서 강한 구위를 유지한 것에 대해 “지난해 포스트시즌이 내게는 여러모로 터닝포인트가 됐다. 중간투수로 나가면서 중간투수들의 고충을 알게 됐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등판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았다. 그래서 선발투수로서 최대한 편한 상황에서 중간투수에게 이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실 그 때 내가 던진 그 공 하나 때문에 우리가 졌다. 참 많은 것을 느꼈고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며 “비시즌부터 준비를 많이 했다. 커브도 특별히 훈련했고 대만 캠프에서는 꾸준히 실전을 치르며 경기 감각을 유지하려고 했다. 송신영 코치님과 롱토스하는 루틴을 만들었는데 롱토스가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 구위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이전에도 어느정도 활약이 보장된 선발투수였다. 그러나 최근 3년 모습은 특급과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구위가 올라왔고 체인지업, 커브, 슬라이더 등 변화구의 위력도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지금 모습이라면 최고 4선발로 부족함이 없다.
최원태가 바라보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그는 “우리팀 1, 2, 3선발 모두 정말 좋다. 1선발 안우진은 모든 분들이 아시는 것처럼 최고다. 내가 4선발로서 잘 받쳐주면 된다. 나만 잘하면 된다. 꼭 잘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bng7@sportsseo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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