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슈퍼 유틸리티맨 배지환(23)은 스타성이 있다.

스프링 트레이닝이 시작되기 전 구단관계자는 배지환의 개막전 엔트리를 거의 단정적으로 전망했다. 국내 기자가 플로리다 브랜든턴 캠프에 와서 직접 취재했으면 하는 바람도 드러냈다. 배지환은 미국으로 건너가기 전 국내에서 불미스러운 일로 이미지가 좋지 않았던 터다.

12일(한국 시간) 홈 PNC파크 첫 홈런을 끝내기로 장식했다. 이날까지 메이저리그 총 19경기에 출장했다. 역대 해외파 가운데 짧은 MLB 출장에 배지환만큼 인상적인 플레이를 한 선배는 없었다. 빅리그 무대에서 잠재된 스타성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다.

아울러 이날 디펜딩 월드시리즈 챔피언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승리를 거둔 경기는 코리안 리거에게는 최고의 날로 남는다. 한 경기에서 코리안 타자가 동료로 동시에 홈런을 터뜨린 첫 경기다. 최지만은 전날에 이어 2경기 연속 대포, 배지환은 9회 말 끝내기 3점 홈런으로 팀의 7-4 승리를 이끌었다. 4타수 2안타로 시즌 첫 멀티히트도 장식했다.

배지환에게 체인지업을 구사했다가 PNC파크 우측 스탠드에 꽂히는 큰 홈런을 내준 라이언 프레슬리는 지난 시즌 33세이브 평균자책점 2.98을 기록한 MLB 특급 마무리다.

‘스타탄생’의 배지환은 지난 31일 2023년 시즌 개막 신시내티 레즈전에서 주전 2루수로 출장해 3타수 2안타 1볼넷 2득점 2도루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5-4로 개막전 결승 득점의 주인공이다. 8회 볼넷으로 출루해 오닐의 크루즈의 희생플라이로 홈을 밟았다.

지난 5일에는 유서깊은 펜웨이파크 데뷔전에서는 MLB 마수걸이 홈런을 터뜨렸다. 이어 8회 중견수로 포지션을 바꿔 보스턴 레드삭스의 간판 라파엘 디버스의 그린몬스터를 때리는 안타성 타구를 점프해 잡아내는 호수비를 펼쳤다. 안타로 짐작한 디버스는 배지환의 그림같은 수비에 안타를 도둑맞고 어이없는 표정을 지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8일 피츠버그의 홈 개막전에서는 2루타 포함해 5타수 3안타 1타점 2득점으로 홈팬들에게 화끈한 신고로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휴스턴전 끝내기 홈런도 앞의 4타석에서 무안타에 그쳤다가 4-4 동점을 허용한 2사 1,2루에서 풀카운트 7구째를 통타해 데뷔 19경기 만에 끝내기 홈런을 신고했다. 143km의 체인지업을 던진 프레슬리는 배지환의 스윙과 동시에 홈런임을 직감하고 고개를 떨구며 덕아웃으로 향했다.

피츠버그는 4-2로 앞선 상황에서 9회초 휴스턴 체이스 맥코믹에게 2타점 2루타를 허용해 4-4로 모멘텀을 빼앗긴 상황에서 배지환이 극적인 끝내기 대포를 터뜨린 것. 시즌 7승4패.

올해 코리안 리거들의 시즌 출발이 상큼한 가운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도 지난 4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생애 첫 끝내기 홈런을 터뜨린 바 있다.

끝내기 홈런(Walk-off)은 홈팬들에게는 최고의 선물이다. 야구의 카타르시스다. 팀분위기도 완전히 바꿔준다. 다만, 끝내기 홈런을 친 뒤 홈플레이트에서 과한 세리머니는 자칫 부상의 돌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날 피츠버그 동료들은 홈플레이트에서 껑충뛰는 배지환에게 물 세례 대신 풍선껌으로 축하하고 한 두 선수만 물을 뿌렸다.

moonsy10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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