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수원=김동영기자] 수원KT위즈파크(위팍) 외야 펜스에 특별한 그림이 하나 생겼다. 테이핑 마크를 직접 했다. 강백호(24)의 호수비에 웨스 벤자민(30)이 직접 고마움을 표했다.
경기가 없던 17일 위즈파크에 벤자민이 출근했다. 캐치볼 등을 하며 몸을 풀기 위해 왔다. 그리고 우익수 방면 펜스에 사람 모양으로 테이핑을 했다. 벤자민이 강백호의 수비를 기념해 직접 제작했다.
16일 경기에서 강백호는 2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지난 2년간 주로 1루수로 뛰었다. 올시즌은 초반 지명타자로 많이 나섰다. 지난 13일부터 우익수로 출전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이후 4년 만에 외야수 복귀다.
그리고 이날 호수비를 잇달아 선보였다. 3회 2사 1,2루 상황에서 한화 채은성이 때린 장타성 타구를 펜스에 부딪히며 잡아냈다. 4회초에도 브라이언 오그레디의 우측 타구를 몸을 날려 캐치에 성공했다.
이 수비가 벤자민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듯하다. 벤자민은 17일 야구장에 나와 테이프를 이용해 그림을 완성했다.
벤자민은 “사실 미국에서는 흔한 일이다. 텍사스에서 조이 갈로와 함께 뛸 당시에 그가 1루 슬라이딩을 하고 공을 잡지 못한 적이 있다. 그 때, 다른 동료들이 재미있는 장난을 치고자 넘어진 자리에 테이핑을 했었던 장면을 본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백호는 외야 수비를 하다가 1루에 들어갔고, 올시즌 다시 외야에 나와서 활약 중이다. 그날 보여준 호수비들은 오랜만에 다시 외야에 본인이 왔다는 것을 알리는 것 같았다. 그만큼 멋졌고, 더 활약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직접 제작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벤자민은 “가벼운 캐치볼을 하기 위해 구장에 나왔다. 누가 보기 전에 10분 만에 빨리 테이핑을 진행했다. 미국에서는 보기만 했었는데 그 재밌었던 추억을 KBO에서도 남기고 싶었다. 어제 캐치볼을 저 친구(테이핑 된 백호 모습)와 한 것 같다”며 웃었다.
강백호도 고마움을 표했다. “벤자민이 사진을 보내줘서 알았다. 오늘 현장에 나와서 직접 보니 생각보다 표현도 잘했고 고퀄리티였다. 재미있으면서도 뜻깊은 기억으로 자리잡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경기할 때 또 그런 수비를 할 수 있도록 그 테이핑된 모습 쪽으로 인사를 하고 들어가려고 한다. 벤자민에게 생각해줘서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고 했다.
자칫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해당 펜스에 한 게임사의 광고가 붙어 있다. 벤자민이 만든 그림이 일부라도 광고를 가리기 때문이다. KT가 문의를 넣었고, 광고주도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한다. 일단 이번 주중 3연전에는 해당 그림이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벤자민은 올시즌 3경기에서 2승,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중이다. 지난해에도 좋았지만, 올시즌은 공이 더 좋아졌다는 평가다. 최근 등판인 14일 한화전에서 4이닝 3실점으로 주춤했지만, 앞선 두 경기는 6이닝 무실점-6이닝 3실점으로 좋았다.
강백호도 올시즌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11경기에서 타율 0.383, 3홈런 9타점, 출루율 0.423, 장타율 0.638, OPS 1.061을 생산중이다. 지난해 부진을 씻어내는 활약이다.
벤자민과 강백호는 투타에서 핵심 선수들이다. KT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들. 경기 외적으로도 ‘케미’가 좋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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