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박준범기자] 철학도 방향도 없다. 수원 삼성의 현주소다.

수원은 지난 17일 이병근 감독에게 경질 통보했다. 올시즌 7경기 2무5패의 극심한 부진에 대한 긴급 조치다. 애초 오는 22일 FC서울과 ‘슈퍼 매치’까지 이 감독이 지휘봉을 잡을 것으로 보였으나, 결단을 내렸다. 수원은 당분간 최성용 감독 대행 체제를 유지하며 새 사령탑을 물색할 예정이다.

2019시즌부터 올시즌까지, 감독이 3명이나 바뀌었다. 재임 기간도 상당히 짧다. 수원은 서정원 감독이 물러난 뒤 2019시즌 이임생 감독과 동행했다. 이 감독과 수원은 그해 ‘노빠꾸’ 축구로 관심을 받았고 대한축구협회(FA)컵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성과도 냈다. 하지만 이듬해 7월 성적 부진을 이유로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계약 기간 2년을 채우지 못한 1년 7개월 만의 일이다.

바통을 이어받은 또 다른 수원 레전드 박건하 감독 역시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했다. 1년 6개월 만에 자리를 떠났다. 심지어 박 감독은 2021시즌 파이널A(6강)에 포함됐지만 2022시즌 초반 부진에 또 한 번 퇴진했다.

이병근 감독 역시 부임한 지 1년 되는 시점에 경질 통보를 받았다. 수원은 ‘리얼 블루’라는 감독 선임 기준을 세웠다. 구단의 정통성과 철학을 잘 아는 지도자에게 팀을 맡기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결국 이는 구단이 감독을 선임하는 데 선택지를 좁히는 기준이 됐다.

지도자를 선임하고 팀을 이끄는 데 어떤 철학과 방향을 수립했는지가 알 수 없다. 단순히 ‘리얼 블루’를 고집했다면 결과적으로 잘못된 선택이었다. 박건하 감독이 간결한 역습 축구로 6위에 올랐던 2021시즌을 제외하면, 과연 수원이 어떤 색깔의 축구를 했는지 모호하다. 이 감독은 ‘주도하는 축구’를 외쳤으나 결과적으로 경질로 이어졌다. 5년 만에 레전드 3명을 잃은 셈이다.

올시즌을 앞두고는 아코스티, 김경중, 김보경 등 공격 라인을 보강했다. 축구계에서는 지난시즌 수원의 수비로는 1부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수비 라인은 전혀 보강이 이뤄지지 않았다. 부진의 진단과 지출 방향이 옳았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모기업 제일기획이 투자를 줄였다고는 하나 이미 9년이나 흘렀다. 그것이 핑곗거리가 돼서는 안 된다. 구단 유스 출신인 정상빈(미네소타)과 오현규(셀틱)가 팀을 떠난 공백이 있지만 특정 선수가 없다고 해서 부진한 것도 아니다. 계속해서 하위권을 전전하고 있다. 이를 대비하지 않은 구단의 책임을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수원 일부 프런트가 상당한 권한을 갖고 있지만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수원은 18일 “위기 극복을 최우선으로 삼아 팀을 본 궤도에 올리는 데 주력하겠다. 구단 역시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 쇄신안을 수립해 뼈를 깎는 변화를 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beom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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