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현재 LA 다저스에서 가장 오랫동안 유니폼을 입고 있는 선수는 좌완 클레이튼 커쇼(35)다.
기자는 2008년 5월25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데뷔 때부터 봐왔다. 당시 한인 라디오방송에서 다저스 중계를 해, 등판 때마다 다저스타디움에서 지켜봤다. 야구선수를 한 아들과 동갑이라 친밀감이 더했다.
2016년 MLB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7번으로 지명된 커쇼는 20세에 예상보다 빨리 빅리그에 진출했다. 당시 구단의 정책 때문이었다. 다저스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미국대표팀 출전을 피했다. NBA도 마찬가지지만 구단은 소속팀 선수의 대표팀 차출을 원하지 않는다. 부상 염려에서다.
커쇼는 이번 2022WBC 대표팀에 뽑히고서도 막판에 부상으로 인한 보험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팀USA에 합류하지 않았다. 커쇼 야구 경력 옥에 티가 미국대표팀 불발이다.
2008년 베이징 대표팀은 마이너리그 선수 중심이었다. 아마추어로 발탁된 선수가 훗날 워싱턴 내셔널스에 전체 1번으로 지명된 샌디에이고 스테이트 스티븐 스트라스버그(34)다. 마이너리그에서 있으면 대표팀에 차출되는 터라 부랴부랴 빅리그로 올린 것이다.
다저스는 커쇼를 빅리그에 승격시키면서 철저히 관리하고 보호했다. 네드 콜레티 당시 GM은 조 토리 감독에게 절대로 100개 이상의 투구를 하지 말도록 권고했다. 사실 선수보호는 토리 감독이 더 잘했다. 완봉승을 눈앞에 둔 싱커볼러 데릭 로를 투구수로 교체해 선수가 불만을 드러낼 정도였다. 로는 40세까지 투수생활을 했다.
사실 2008년만 해도 투구수 100개를 넘기는 경우는 허다했다. 요즘은 100개가 거의 한계투구의 경계선이 됐다. 커쇼는 2008년 데뷔 때 22경기에 선발등판했다. 100개 투구를 넘긴 게 총 4차례였다. 최다 투구수는 108개였다. 이듬해부터는 투구수 제한은 없었다.
데뷔 4년 만인 2011년 생애 첫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다승(21), 평균자책점(2.28), 탈삼진(248) 등 투수3관왕을 달성했다. 이어 2013, 2014년 연속 수상으로 통산 3번째 사이영상을 품었다. 다저스의 전설 ‘황금의 왼팔’로 통하는 샌디 쿠팩스와 가는 길이 너무 흡사했다.
쿠팩스의 재림같았다. 둘은 MVP 1회, 사이영상 3회 등 똑같다. 다만, 차이는 포스트시즌에서 쿠팩스는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고 커쇼는 부진했다. 하지만 커쇼도 2020년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한을 풀었다.
지난 19일 다저스타디움에서 뉴욕 메츠를 상대로 7이닝 3안타 9삼진 무실점으로 통산 200승 고지를 밟았다. 명예의 전당행에 확실한 도장을 찍은 이정표 기록이다. MVP, 사이영상 3회, 평균자책점 5회, 다승 3회, 삼진왕 3회, 올스타 9회, 노히트 노런 등 수많은 훈장을 갖고 있다.
마지막 이정표 기록은 3000탈삼진. 현재 2833개로 부상이 없는 한 올해 가능하다. 구위가 예전보다 떨어졌지만 여전히 이닝보다 많은 삼진을 낚고 있다.
커쇼의 등판 전 루틴은 유명하다. 다저스에서 한 시즌 동안 관찰한 김용일 LG 트레이너는 커쇼의 루틴을 “전사가 전쟁터에 나갈 때 준비하는 듯하다. 옆에서 누구도 말을 건네기 어려울 정도로 엄숙하고 경건하게 준비한다”고 했다. 다저스의 전 동료들은 완벽주의자라고 입을 모은다.
커쇼는 선수로서뿐 아니라 인간으로서도 매우 성숙되고 훌륭한 인품의 소유자다. 20대 초 일찍 결혼한 부인 엘렌과 함께 아프리가 잠비아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고아원도 만들어 줬다. 해마다 7월에 다저스타디움에서 커쇼부부 주최의 기금모음 탁구대회가 열린다. 유명인들도 다수 참가한다.
미국에는 운동선수들이 고교 또는 대학동창과 결혼하는 경우가 있다. 이들은 착한 선수의 전형이다. 프로선수로 돈도 많이 벌었는데 엉뚱한 곳으로 눈을 돌리지 않는 순수함을 갖고 있다. 현재 자녀 4명을 둔 부인 엘렌은 고교동창이다.
개인적으로 데뷔 때 취재한 선수가 전설이 돼가고 있는 현장을 여전히 취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운이 좋다. MLB 네트워크의 진행자 앨라나 릿조는 200승을 거둔 뒤 커쇼와 인터뷰를 마치고 “그라운드에서 이룬 업적도 대단하지만 인간 커쇼도 명예의 전당 회원으로 부족함이 없다”고 평했다.
다저스가 배출한 또 한 명의 위대한 선수가 바로 커쇼다.
moonsy10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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