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포항=박준범기자] “황선홍 감독님, 저 한 번만 뽑아주세요.”

포항 스틸러스 고영준(22)은 올시즌 확실히 물올랐다. 9경기에서 4골로 팀 내 득점 1위다. 득점뿐 아니라 연계플레이와 공간 침투 능력으로 포항의 확실한 주전이다. 22세 이하(U-22) 자원인데 김기동 감독은 U-22가 아니더라도 뛸 수 있는 능력자라고 말한다.

고영준은 어느덧 4년 차다. 지난시즌 37경기에 출전 6골4도움이었는데 올시즌엔 벌써 4골을 돌파했다. 약점으로 꼽히던 결정력도 상당히 보완된 모습. 특히 고영준은 울산 현대와 ‘동해안 더비’에서 탁월한 공간 침투와 결정력으로 멀티골을 기록하기도 했다. 고영준은 “내 생각보다 페이스가 좋다. 그런데 지난시즌에도 기회를 놓친 것이지 기회가 없었던 것이 아니었다. 지금 흐름을 잘 이어가면 6골보다 많이 넣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창래 형이 팀이 우승하려면 내가 15골은 넣어야 한다고 말한다. (15골까지) 생각보다 별로 안 남은 것 같다. 노력해보겠다.”고 강조했다.

고영준은 김 감독에게 칭찬보다 꾸중을 많이 듣는 편이다. ‘동해안 더비’가 끝난 뒤에는 다소 달랐다. 고영준은 “회복 운동을 하는데 감독님이 후반 막판에 시도한 3번째 슛이 들어갔어야 한다고 아쉬워하셨다. 칭찬해주셨고 혼나지는 않았다”고 웃었다.

포항의 공격진은 대거 바꼈다. 최전방 공격수 제카와 김인성, 백성동 등이 새롭게 들어왔다. 그 중심엔 고영준이 있다. 고영준은 “동계 훈련 때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는데 팀이 좋은 분위기로 가다 보니 맞아들어가는 느낌이다. 생각하는 플레이가 비슷해지고 있다”라며 “제카는 좋은 공격수지만 골을 많이 넣기 보다 연계나 수비와 싸워주는 플레이로 팀에 도움이 된다. 그래서 나한테 기회가 많이 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기 외적으로 포항 유튜브에는 ‘포항의 아들’을 뽑는 설문조사에 제외된 고영준이 아쉬워하는 모습이 담겼다. 정작 본인의 생각은 달랐다. 고영준은 “나도 영상을 봤다. 조금은 아쉬웠는데 그렇다고 엄청 아쉬운 건 아니었다. 영상에는 시무룩하게 나왔는데 그 정도는 아니”라고 웃은 뒤 “주변에서 포항의 아들이라고 말씀해주신다. 그 얘기를 들으면 나는 좋다. 자부심도 있다”고 미소 지었다.

고영준에게 또 다른 동기부여도 있다. 바로 항저우 아시안게임이다. 그러기 위해선 2001년생인 고영준이 월반해야 한다. 경쟁자도 상당하다. 이강인(마요르카)도 있다. 고영준은 “아시안게임 너무나 가고 싶다.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 팀 생각을 제외하면 나의 첫 번째 목표”라고 다부지게 말했다. 이강인과는 포지션도 동일하다. 고영준은 “잘하면 형이라고 불러야 한다. 아직 (강인이를) 불러본 적은 없다. 당연히 형이라 부를 수 있다”고 웃은 뒤 “경쟁자이긴 하지만 강인이가 한참 앞서 있다. 경기를 봐도 내가 비벼보지도 못할 정도로 잘한다. 경쟁보다는 동기부여로 삼고 배워나가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이끄는 황선홍 감독에게도 한 마디를 남겼다. 고영준은 “팀에서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할테니까 한 번만 뽑아주세요”라고 당부했다.

beom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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