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 4세대 걸그룹 사이에 강렬한 자기표현의 일환으로 스모키 메이크업이 뜨고있다.

바야흐로 걸그룹 전성시대, 당당한 자기애를 내세우는 노래가 대세다. 그중에서도 MZ세대가 주를 이루는 4세대 걸그룹의 인기가 K팝 판도를 뒤집고 있는 가운데 이들은 비단 음악 시장뿐만 아니라 패션 및 생활문화 트렌드 역시 주도하고 있다.

앞서 2~3세대 걸그룹이 ‘삼촌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었다면 최근 4세대 걸그룹들은 10~30대 여성 팬들의 지지를 얻으면서 뷰티, 헤어, 주얼리 등 여성 패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수많은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이 앞다퉈 걸그룹 멤버들을 앰배서더로 ‘모셔가기’에 열을 올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뉴진스 민지, 다니엘, 혜린 등과 최근 컴백한 르세라핌 홍은채가 턱선까지 자른 옆머리를 가지런히 내린 ‘히메컷’ 스타일을 선보이며 유행을 주도하고 있는 것도 일례로 볼 수 있다.

최근 4세대 걸그룹 사이 흥미로운 패션 트렌드는 바로 Y2K(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 바람을 타고 돌아온 스모키 메이크업이다. 지난달 첫 정규 앨범 ‘아이해브 아이브(I’ve IVE)’로 활동한 아이브의 장원영은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스모키한 아이 메이크업으로 기존의 ‘과즙미’ 비주얼에서 한층 도도하고 우아한 분위기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과거 브라운아이드걸스 가인, 이효리 등으로 대표되는 스모키 메이크업은 블랙 섀도와 아이라인으로 눈두덩을 빈틈없이 꽉 채워 날카롭고 시크한 분위기가 특징이었다. 대개는 섹시하고 관능적인 매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스모키 메이크업을 사용해 ‘쎈캐’의 느낌만 강했다면, 최근엔 한층 가벼운 스모키 메이크업으로 과감하지만 ‘쿨’한 느낌으로 변화했다.

지난 8일 세 번째 미니앨범 ‘마이 월드’로 컴백한 에스파도 타이틀곡 ‘스파이시’의 자유분방한 하이틴 분위기를 배가하기 위해 세미 스모키 메이크업을 활용했다. 특히 백금발로 변신한 카리나는 고양이 눈을 강조한 짙은 스모키 눈매를 강조, 비주얼을 갱신하며 컴백 전부터 팬들의 열띤 환호를 얻기도 했다.

긴 생머리, 옅은 화장 등으로 청량한 10대 이미지가 강했던 뉴진스의 민지는 최근 짙은 스모키 아이 메이크업으로 우아하면서도 신비로운 무드를 자아냈다.

이러한 스모키 메이크업은 자기애와 자신감을 기반으로 하는 4세대 걸그룹의 색깔을 한층 짙게 만들어준다. 주체적인 가사와 퍼포먼스로 4세대 걸그룹은 자신의 욕망을 숨김없이 표현하고 자기애를 기반으로 한 자신감을 드러낸다.

더 화려하고 강력하게 ‘나’를 드러내는 이들을 비주얼로 표현하는 시대적 조류가 스모키 메이크업이란 도구로 잘 표현됐다는 시각이다.

4세대는 아니지만 블랙핑크 제니, 지수 등도 해외 패션쇼에서 다양한 스모키 메이크업을 시도해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소녀시대 태연 역시 숏컷에 진한 아이라인을 강조한 화장으로 이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동안 깨끗한 이미지를 강조한 ‘꾸안꾸’(꾸민 듯 안꾸민 듯 꾸민) 메이크업이 청순한 걸그룹의 분위기를 완성시켜 줬다. 그러나 최근 걸그룹들은 사랑 노래보다 ‘나’ 자신을 강조한 노래를 많이 부르면서 더 강렬하고 화려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패션이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Y2K와 같은 뉴트로 패션의 유행이 다시 돌아오며 개성 넘치는 패션이 MZ세대를 다시 사로잡았다”고 바라봤다.

jayee21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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