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 “인기를 실감하나요”, “정말 그렇게 사나요?”, “왜 그렇게 살아요?”

MBC 김대호(39) 아나운서는 요즘 어딜 가든 저 세 가지 질문을 받곤 한다. 그는 지난달 21일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아나운서계 기안84’라고 할만큼 독특한 삶의 방식을 공개한 뒤 웬만한 연예인을 제치고 화제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나 혼자 산다’ 방송 전 출연한 MBC 사내 유튜브 ‘뉴스안하니’와 ‘14F 일사에프’의 ‘4춘기’ 코너 등까지 100만 조회수를 너끈히 넘기고 있다. ‘뉴스안하니’에서 집과 다마스 차량을 공개한 영상은 11일 기준 391만 뷰를 돌파했다.

김대호 아나운서는 1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가진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인기도 실감하고 정말 그렇게 산다”며 웃었다. 그러나 ‘왜 그렇게 사냐’는 질문을 받을 때면 “그러면 넌 어떻게 살아?”라고 되묻는다고 했다.

그는 “아직도 ‘나혼산’이나 ‘뉴스안하니’ 영상의 어느 부분이 재밌는지 잘 모르겠다. 지금의 관심은 일종의 해프닝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개인마다 삶을 추구하는 방식과 방향이 다르다. 나는 경기도 양평에서 자랐고 서울에 와서 오피스텔과 다세대 주택을 전전하다 최종적으로 단독주택을 구매하게 됐다. 미혼이라 가능했던 선택지였는데 내 나이 또래의 가정을 꾸린 평범한 40대 남성, 특히 아나운서 직군과 다르다보니 좀 더 부각된 것 같다.”

하지만 방송에서 공개된 그의 생활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서울 홍제동의 작은 단독주택에서 자연과 어우러진 삶을 산다. 평지가 아닌 오르막길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차박’을 하고 싶어 마련한 ‘캠핑카’는 소형 트럭인 다마스다.

집에서는 반려묘를 키우고, 미니 생태계인 비바리움에서 도롱뇽, 도마뱀, 민물 새우와 망둥이를 포함한 물고기 등 무려 16종의 생물과 함께 산다. 마당에 작은 포장마차인 일명 ‘호장마차’를 마련해 불족발과 막걸리 한잔을 즐기는, 그야말로 ‘도심 속 자연인’의 일상은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다.

집이 생활공간이 아니라 투자의 시대가 된 21세기에 작은 행복을 즐기는 그의 모습은 보는 자체로 힐링을 안겼다.

“이 집을 사기 전, 서울 강서구 양천향교 쪽 오피스텔에 거주했는데 집주인이 바뀌었다. 보증금을 3000만원 올리겠다고 하더라. 서울 은평구 응암동 다세대 주택에 전세로 입주한 뒤 내집 마련 계획을 세웠다. 원래 회사 인근 수색 14구역을 알아봤는데 금액이 안 맞았다. 서울 권역에서 회사까지 대중교통으로 30~40분에 올 수 있는 곳을 찾던 중 이 집을 소개받았다. 집 자체는 허름하지만 소나무가 어우러진 환경이 마음에 들었다. 나 혼자 살기에 재밌겠다 싶어서 덜컥 계약을 했다. 그게 4년 전이다.”

계약 뒤에도 바로 입주할 수는 없었다. 리모델링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돈을 모으는 시간이 필요했다. 창호회사에 다니는 동생의 소개로 프리랜서 목수를 고용해 2개월동안 집을 리모델링 했다. 김 아나운서는 “리모델링 비용이 집값의 사분의 일이었다”고 살짝 귀띔했다.

“나는 별 생각 없이 산다. 남들은 다마스가 트럭이라 위험하다 하고 세컨드카가 있을 거라고 수군대기도 한다. 저 사람은 로망을 즐기는 사람, 또는 허세를 부린다고 한다. 지금 하는 일들이 예전부터 꿈꿔왔다기보다 어쩌다보니 잘 맞아떨어졌을 뿐인데 의미 부여가 많아질수록 설명을 해야 한다.”

꿈이 없던 대학시절, 유일한 계획은 트럭 채소장수

별 생각없는(?) 라이프 스타일처럼 대학시절에도 꿈이 없었다고 했다. 유일하게 계획을 세운 건 군 복무 시절 동갑내기 선임과 트럭을 사서 채소를 팔자고 도모한 것 뿐이다. 그는 “아나운서가 안됐으면 청과물 시장에서 일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아나운서를 꿈 꾼 건 학점이 안 좋았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지원서류조차 낼 수 없었다. 목소리 테스트, 시사상식, 논술, 면접으로 이뤄지는 방송사 아나운서가 그나마 유일하게 도전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부모님께 비밀로 하고 동생에게 빌린 돈으로 학원을 다녔다. 고시원 총무를 하며 생계를 꾸려나가던 시절, 우연히 TV에서 MBC ‘일밤’의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 ‘아나운서 공개채용 신입사원’ 스폿을 보게 됐다. 학력과 나이, 국적 상관없이 지원가능한 이 프로그램은 그에게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힘겹게 오디션을 뚫고 막상 방송사에 입사해보니 번아웃이 왔다. 동기인 오승훈 아나운서는 시사 상식 프로그램 진행이 꿈이었지만, 당시만 해도 그는 방송인이나 저널리스트로서 사명이 없었다.

퇴사를 마음 먹었더니 회사에서 휴직을 제안했다. 그는 “양평 집에 내려와 한달은 술만 마시고, 두달째부터는 부모님의 식당 일을 도와드렸는데 굉장히 눈치가 보였다. 통장 잔고도 바닥이 났다”고 웃었다. 결국 회사로 복귀했다.

복귀 뒤 MBC ‘생방송 오늘저녁’에 투입되면서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그는“세 가지가 나를 회사에 머물게 했다. 나의 부족한 모습을 장점으로 봐주는 고마운 동료들, 그리고 TV에 나온 나를 보고 좋아하시는 부모님, 마지막으로 대출금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집을 살 때 외할머니에게 빌린 돈도 “이자까지 꼬박꼬박 갚고 있다”며 “올해 안에는 상환이 가능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인기가 높아지니 프리랜서를 생각해볼 법하지만 아직까지는 자기 검증이 끝나지 않았다고 손사래를 쳤다. 다만 대중의 관심을 받게 돼 여기저기 출연하면서 스스로 스케줄 관리가 안 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재 MBC 아나운서들이 사내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 받는 회당 출연료는 2만원, 2006년 김성주 아나운서가 퇴사 하기 전 받던 금액과 동일하다. 그는 “MBC에 입사해 많은 것을 누렸지만 아나운서가 안이하게 소비되는 시스템은 지양해야 한다. 추후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라고 지적했다.

40대 싱글이니 결혼에 대한 생각도 남다르다. 지금 집을 본 뒤 눈물을 흘리셨다는 그의 어머니는 식구들과 ‘나혼산’을 함께 시청한 뒤 “대호는 좀 더 혼자 살아도 될 것 같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리셨다고 한다.

그는 “언젠가 결혼을 하긴 할 것”이라며 “만약 예비 배우자가 지금의 라이프 스타일이 어렵다고 하면 포기할 수도 있다. 가급적 합의를 하려고 한다”고 미소지었다.

mulga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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