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 ‘흙수저 아이돌’에서 ‘21세기 비틀스’로,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방탄소년단이 K팝을 전세계에서 주도적인 음악 장르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데 이견을 제기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방탄소년단은 K팝의 확장을 넘어 전 세계 팝계에 파란을 일으키며 13일 눈부신 데뷔 10주년을 맞이했다.

이들은 2018년 K팝 가수 최초로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 1위를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다이너마이트’, ‘버터’에 이어 ‘퍼미션 투 댄스’, ‘마이 유니버스’ 등으로 깨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핫 100’ 1위를 수차례 기록하며 ‘최초’ 수식어를 끝없이 써내려갔다.

어제의 BTS를 오늘의 BTS가 넘어서는 기록의 여정이었다. 한국 대중문화의 새 역사를 쓴 방탄소년단은 K팝은 서구 시장에서 통할 수 없다는 편견을 보란 듯이 깨고 세계 최정상 팝스타로서 위상을 굳혔다.

‘방시혁 그룹’으로 등장, ‘피 땀 눈물’로 일군 10년

방탄소년단은 2013년 6월 13일, 유명 프로듀서였던 방시혁이 키운 힙합 그룹이란 타이틀로 세상에 나왔다. 소위 말하는 중소기획사 출신의 ‘흙수저 아이돌’로 시작한 이들이 써내려간 10년의 발자취는 그야말로 ‘피 땀 눈물’로 가득하다.

처음엔 반항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2013년 데뷔 앨범 ‘투 쿨 포 스쿨’로 ‘학교 시리즈’ 3부작을 시작한 방탄소년단은 데뷔곡 ‘노 모어 드림’부터 ‘상남자’까지 10대들의 꿈과 고민을 담아 강렬하게 노래했다. 몸을 사리지 않는 칼군무로 호응을 끌어내며 인기 저변을 넓혀갔다.

2015년 ‘청춘’과 ‘성장’이란 키워드로 풀어낸 ‘화양연화’ 시리즈는 소년에서 청년으로 넘어가는 20대 청춘의 이야기로, 아름답지만 위태로운 자전적인 가사로 공감을 얻기 시작했다. 이는 방탄소년단이 지금의 글로벌 그룹으로 발돋움하는 씨앗이 됐다.

2015년 4월 발매한 미니 3집 ‘화양연화’ 파트1의 타이틀곡 ‘아이 니드 유’로 국내 지상파 음악방송 첫 1위를 차지했다. 해외의 관심도 이때부터 시작됐다. 방시혁은 수록곡 ‘쩔어’(DOPE)가 유튜브에서 해외 팬들로부터 관심을 받기 시작한 분기점으로 꼽았다.

같은 해 11월 발매한 미니 4집 ‘화양연화’ 파트2로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서 171위를 차지하며 K팝 팀으로는 최초 진입하는 기록을 썼다. 이어 2016년 청춘의 ‘성장통’을 담아낸 ‘윙스’(WINGS) 앨범에선 타이틀곡 ‘피 땀 눈물’과 수록곡 ‘봄날’을 통해 국내에서도 대중성을 확보했다.

‘러브 유어 셀프’ 메시지, 전세계 ‘아미’를 결집시키다

방탄소년단은 언제나 자신과 또래의 이야기를 하는 그룹이다. 이들은 늘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는 데 솔직했다. 노래 속에는 멤버들의 좌절과 고통, 그리고 불안과 아픔의 경험이 담겨 있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성장통’에 대한 진솔한 노래로 나이와 국적을 떠나 전세계 아미들의 마음을 울리고 다독였다.

2017년 9월 발매한 미니 5집 ‘러브 유어셀프 승 허’(LOVE YOURSELF 承 ‘Her’)부터 정규 3집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LOVE YOURSELF 轉 ‘Tear’), 3집 리패키지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LOVE YOURSELF 結 ‘Answer’)로 2년 6개월간 이어진 시리즈를 통해 방탄소년단은 ‘나 자신을 사랑하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방탄소년단이 본격적으로 해외 팬덤을 쌓아가기 시작한 이때부터 최근까지 스포츠서울이 만난 다양한 국적의 ‘아미’들은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들으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고, 자신이 직면한 문제에 맞설 힘을 얻었다고 입을 모아왔다.

2019년 ‘제28회 서울가요대상’ 대상을 수상한 방탄소년단. 시상식 현장에서 만난 한국 아미 최윤지(26·여) 씨는 가장 감명 깊은 가사로 ‘앤서 : 러브 마이셀프’ 속 ‘네 삶 속의 굵은 나이테 그 또한 너의 일부, 너이기에 이제는 나 자신을 용서하자’를 꼽으며 “다 내 탓만 같고, 나만 뒤쳐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마다 이 가사를 읊조리며 위로 받는다”라고 말했다.

‘자신을 사랑하고 목소리를 내자’는 메시지는 국적도 뛰어넘었다. 지난해 4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콘서트에 휠체어를 타고 온 미국 아미 메르세데스(49·여)는 “방탄소년단은 나를 더 나답게 만든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덕분에 나는 더 행복한 사람이 되었고 제 친구들도 체감할 정도로 밝아졌다. 나 역시도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고 배려해야 하는지를 느끼게 됐다”며 긍정적인 변화를 이야기했다.

펜데믹에도 ‘다이너마이트’ 터트리고 ‘버터’로 전세계 녹였다

2019년부터 시작된 ‘맵 오브 더 솔’(MAP OF THE SOUL) 시리즈를 통해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 ‘소우주’, ‘온’(ON) 등을 노래하며 방탄소년단의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했다.

코로나 펜데믹 기간은 방탄소년단의 하늘길을 막았지만, 되레 그들의 노래는 팬덤 아미를 집결시키는 디딤돌이 됐다. 3년간 전 세계를 우울과 절망으로 빠트린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방탄소년단은 많은 이들을 위로하고자 영어가사로 쓴, 이른바 희망 3부작 ‘다이너마이트’ ‘버터’ ‘퍼미션 투 댄스’를 발표했다. 세 곡 모두 경쾌하고 신나는 댄스 팝 장르의 노래로 시의적절한 희망가로서 역할을 했다는 호평을 얻었다.

2020년 발매한 앨범 ‘비’(BE) 타이틀곡 ‘라이프 고즈 온’(Life Goes On)을 통해선 영어곡이 아닌 한글곡으로 “그럼에도 삶은 계속돼야 한다”는 위로를 전하기도 했다.

10만명의 아미가 집결했던 지난해 10월 15일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기원 공연인 ‘BTS 옛 투 컴 인 부산’을 찾은 영국 아미 케이시(29)와 미국 아미 로건(25·이상 여)은 “코로나19로 무기력하던 내게 그들의 노래가 활력소가 됐다”라며 “언어는 다르고 한국말도 모르지만 메시지를 담은 그들의 노래가 언어의 장벽을 넘어 크게 와닿았다.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어떻게 안 좋아할 수 있는가”라고 강조했다.

jayee21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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