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4년 전 악몽이 뚜렷하게 머릿속에 남아있다. 다시 지휘봉을 잡고 기회를 얻은 만큼 실수를 절대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늘 다짐한다. 한 경기를 더 이기지 못해 정규시즌 마지막날 2위로 내려앉았던 2019년. 당시의 SK가 2023년 LG의 끝날 때가지 끝난 게 아닌 야구를 만들고 있다.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승리였다. LG는 지난 28일 문학 SSG전에서 8-6으로 역전승했다. 1회초 선취점에 성공한 후 3회말 3실점, 4회말 2실점, 5회말 1실점으로 5회까지 1-6으로 끌려갔지만 과감히 승부를 걸었다. 5회 함덕주를 투입해 필승조를 가동했고 정우영, 박명근, 고우석이 나란히 등판했다.

상대 선발투수 박종훈의 약점인 슬라이드 스텝을 집요하게 공략해 베이스를 훔쳤다. 8회초에는 노경은이 커브를 던지는 순간 신민재가 도루에 성공. 한 경기에서 무려 5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끊임없이 상대를 압박했고 8회초 홍창기의 동점 3루타, 김현수의 결승타로 승기를 잡았다. 9회초 문보경의 적시타로 리드폭을 넓힌 후 9회말 고우석이 천신만고 끝에 세이브를 올리며 정상 대결에서 또 승리했다.

2년 연속 1위를 두고 경쟁하는 SSG에 상대 전적 6승 2패 우위를 점한 LG다.

매일 승리할 수 없는 144경기 마라톤이다. 아무리 잘해도 승률 7할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선택과 집중이 필수다. 28일 경기는 쉬어가는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전날 완승으로 3연전 선승을 거뒀고 5점차를 쫓아가는 게 쉬운 일도 아니다. 선발투수 매치업 또한 우위가 아니었다. 투수진을 비축한 후 3연전 마지막날인 29일 총력전으로 위닝시리즈를 노릴 수 있다.

하지만 LG 염경엽 감독은 강하게 밀어붙였다. 전날 완승을 통해 필승조를 소진하지 않은 점을 머릿속에 넣었다. 타자들의 페이스가 나쁘지 않은 만큼 찬스만 한두 번 생기면 뒤집을 기회가 온다고 봤다. 어느 팀과 붙어도 불펜 대결에서는 자신이 있음을 강조해온 염 감독이다.

무엇보다 1승의 소중함을 알고 있다. 4년 전 SK 감독 시절 1승이 부족해 비극의 주인공이 됐다. 전반기 종료 시점에서 2위 키움보다 6.5경기, 당해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두산보다 8경기 앞섰다. 하지만 정규시즌 최종일 순위표에서는 두산이 1위, SK가 2위였다. 양 팀이 나란히 88승 55패 1무를 기록했는데 상대 전적에서 두산이 SK에 앞섰다. 당해 9월 19일 두산과 더블헤더 전패가 치명타였다.

그래서 모든 경기에서 최선을 다한다. 완전히 승부의 추가 기울어지지 않았다면 라인업을 다 바꾸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5, 6점차에도 7, 8회까지 선수 교체 없이 승부를 걸어 본다.

촌놈 마라톤은 아니다. 장점인 뎁스를 살려 꾸준히 라인업에 변화를 준다. 포지션마다 백업 카드를 마련하고 주축 선수들의 휴식을 계획한다. 지명타자 한자리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핵심 선수의 라인업 제외 후 대타 기용도 주저하지 않는다.

마운드 운용도 그렇다. 캠프 기간부터 필승조 확장에 부단히 신경 쓴 결과 전원필승조에 가까운 불펜을 구축했다.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아졌고 필요할 때는 카드를 아낌없이 쏟아붓는다. 필승조 한두 명이 연투해서 다음 경기에 등판하지 못해도 다른 필승조가 등판해 승리를 지킬 수 있다.

이 또한 2019년 아픔을 통해 배웠다. 염 감독은 “절대 승리조 3명으로는 한 시즌을 완주할 수 없음을 알게 됐다. 한 시즌을 문제없이 보내려면 더 많은 승리조 투수가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덧붙여 그는 “1승이 부족해서 큰 아픔을 겪어봤다. 그래서 1승의 소중함을 안다”며 “늘 최선을 다하는 경기를 할 것이다. 경기가 완전히 기울어지기 전까지는 주전을 교체하지 않으려 한다. 대신 한 두 명씩 라인업에서 빠지며 쉬는 날을 만들면서 안배하겠다”고 밝혔다.

돌아보면 LG도 비슷했다. 2021년 선두 KT·삼성과 1.5경기 차이, 2022년 1위 SSG와 2경기 차이에 불과했다. 마지막에 선두 자리를 내준 것은 아니지만 선두를 쫓기만 하다가 페넌트레이스가 끝났다. 돌아보면 이길 수 있었는데 이기지 못해 아쉬운 경기가 수두룩하다.

최대한 후회를 줄일 때 목표를 이룬다. 후회 없는 시즌이 되기 위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승부를 추구하는 LG다. 그 결과 지난 28일까지 리그 최다 역전승 22승을 이뤘다. 45승 중 절반가량이 역전승이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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