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는 레전드가 호스트로 나서는 두 개의 대회가 있다. ‘리빙 레전드’이자 미국프로골프(PGA)투어 개척자격인 최경주(53·SK텔레콤)과 KPGA 창립 멤버이자 한국인 최초의 마스터스 토너먼트 출전자 한장상(74) 고문이 그 주인공이다.
최경주는 현재도 PGA투어와 PGA 챔피언스투어를 오가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골프 열풍을 타고 코리안투어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MZ세대도 최경주를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한장상 고문이 왜 코리안투어 대회 호스트로 나서는지 궁금한 팬이 있다. KPGA 창립멤버이자 한일 통산 22승을 따낸 ‘할아버지’는 어떤 이유로 이름을 건 대회를 개최하는 것일까.
한 고문은 1955년 서울컨트리클럽(현 서울·한양CC) 캐디로 골프와 인연을 맺은 한 고문은 내장객이 5번과 7번 아이언을 선물한 것을 계기로 골프채를 잡았다. 장갑도 없이 맨손으로 훈련하던 한 고문은 1960년 제3회 KPGA 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선수생활의 황금기를 맞았다.
1964년부터 4년 연속 한국오픈 정상을 차지했고, 1968년부터 1971년까지 KPGA 선수권자(통산 7회 우승)로 우뚝 섰다. 8년 동안 메이저대회를 휩쓴 셈이다. 한 고문은 1958년 제1회 KPGA 선수권대회부터 2007년 50회 대회까지 50년 연속 단일 대회에 출전한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최강자 타이틀을 달고 1972년 일본 내셔널타이틀 대회인 일본 오픈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1호 프로 선수인 고(故) 연덕춘이 1941년 한국인 최초로 일본오픈 우승을 따낸지 31년 만에 일본 내셔널타이틀을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그는 “일본은 한국 상금의 4배가량 됐다. 배고픈 시절이었으니 큰 무대에서 돈을 벌어야 했다. 일본오픈 우승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면서 “당시 우승으로 마스터스에 출전했다. 숙소, 항공료를 모두 지원해줘서 깜짝 놀랐다”며 웃었다.
실제로 한·일 최강자 반열에 오른 한 고문은 1973년에 한국인 최초로 미국골프협회 주관 최고 권위대회인 마스터스 토너먼트에 출전했다. 올해는 ‘한국인 최초의 마스터스 출전자’로 이름을 새긴지 50년이 되는 해다.
한 고문은 “대회 개막 전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연습하는데, 아놀드 파머가 다가와서 ‘어디에서 왔느냐’고 묻더라. ‘코리아’라고 답했더니 ‘여기까지 와서 만나 반갑다. (마스터스에 온 것을) 축하한다’고 악수를 권하더라. 2번 아이언이 계속 밀려 볼이 우측으로 가니까 레슨도 해줬다. 영광스러웠다”고 회상했다. 그는 “마스터스에서 첫날 다섯 타, 둘쨋날 세 타를 잃어 컷탈락했다. 아직 한국인 마스터스 우승자가 없는데, 죽기 전에 한국 선수가 마스터스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후배들을 독려했다.
KPGA가 창립한 1968년11월12일 회원번호 6번으로 입회한 한 고문은 1984년부터 3년간 KPGA 회장을 역임했다. 1988년부터는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초대 회장으로 부임해 3년간 기틀을 다지는 데 힘을 쏟았다. ‘영원한 청년’으로 불리며 65년간 골프 외길을 걸은 한 고문은 올해도 까마득한 후배들의 명품 샷열전을 충남 태안에 있는 솔라고 컨트리클럽에서 지켜볼 계획이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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