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여자 사브르 명맥 끊길 위기> ②민원 이어지자 가장 쉬운 방법 선택

인천체육고등학교가 2024학년도 신입생 모집 요강에 여자 사브르 종목을 제외했다. 인천 유일의 여자 사브르부가 사라지면 어렵게 명맥을 유지하던 인천 연화중 펜싱부도 폐부를 고민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올림픽 효자종목으로 단기간에 발돋움한 사브르는 인천에서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진학이 막힌 학생선수들과 인천체고, 인천시교육청, 인천시펜싱협회 관계자들의 얘기를 3회에 걸쳐 전한다. <편집자주>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인천체육고등학교가 펜싱 여자 사브르 신입생을 받지 않기로 한 것은 한재근 교장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교장은 스포츠서울과 전화통화에서 “여자 사브르의 성적 부진과 사실상 세 종목을 유지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장학사 출신이기도 한 한 교장은 18년간 플러레 감독을 지내는 등 펜싱 전문가다.

그는 “펜싱장을 남녀 에뻬, 여자 사브르에 근대5종까지 사용해 공간 활용이 낮다. 사브르 지도자가 지난 2월에 재계약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 지도자도 없는 상황”이라며 “5~6년간 사브르 지도자에 대한 학부모 민원이 이어졌고, 지도자 수급도 여의찮은 점, 효율성 측면에서 에뻬에 집중하는 쪽이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폐부를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인천체고에 재학 중인 사브르 선수는 에뻬로 전향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한 교장은 “학부모 면담 때 남아있는 사브르 학생이 전향하지 않겠다면, 인천 중구청과 협의해 훈련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강조했다. 사브르 폐부는 되돌릴 수 없다고도 했다.

한 교장은 “체고는 체계적인 훈련으로 국가대표를 만드는 곳인데, 기량이 떨어지는 선수를 받을 수는 없지 않나. 연화중은 지난 10년간 소년체전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특수목적 고교 답게 성적이 부진한 운동부를 유지할 명분이 없다는 의미다.

그런데 한 교장의 설명에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여자 사브르 코치로 재임하던 A는 5년간 학부모에게 자동차 리스 비용을 청구하는 등 각종 비리를 범해 민원이 끊이지 않았는데, 올해 2월에서야 학교를 떠날 의사를 밝혔다. 사실상 5~6년간 여자 사브르를 방치한 셈인데, 인천시교육청에서도 해당 내용을 인지하고 있었다.

인천시교육청 박성수 장학사는 “해당 코치에 대한 민원이 끊임없이 제기된 것은 맞다”면서도 “코치 재계약은 전적으로 교장 권한이다. 평가점수 60점 이하면 재임용할 수 없다는 규정은 있지만, 학교에서 60점 이상 부여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인천체고, 인천시 펜싱협회 등과 간담회했는데, 일단 체고의 폐부 방침은 번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협회 측에서는 고교 입학 때 종목을 변경해도 경쟁력을 키우는 데 무리 없다는 쪽으로 말씀하셨다. 그래서 연화중 학부모들께도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사브르로는 진학할 학교가 없으니 플러레로 전향하면 입시를 치를 수 있다는 의미다. 박 장학사는 “가좌고에 플러레팀이 있다. 연화중 아이들이 플러레로 전향하면 받아줄 수도 있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얻은 상황”이라며 “인천에서 여자 사브르 명맥이 끊어지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어, 재창단을 포함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두고 알아보고 있다. 된다는 보장이 없어 부모님께 상세히 설명드리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인천에 여자 사브르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에는 교육청과 협회가 공감하는 사안”이라면서도 “협회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하지 않을까 싶다. 체고가 사브르부 운영을 하지 않겠다면, 협회가 창단팀을 물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수층도 얇고, 성적이 저조해 교육청으로서도 재창단을 강하게 푸시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아이들의 미래가 걸려있는 만큼 할 수 있는 건 다 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체고와 교육청 모두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은 이는 없었다. 어른들의 논리만으로 핑퐁게임 중이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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