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앞으로는 모든 경기가 시험대다. 구단은 ‘믿음’을 강조하지만 후반기 첫 등판과 같은 모습이 반복되면 믿음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마침 프런트 수장인 단장도 미국에 있는 가운데 외국인 선수 시장도 마지막으로 요동칠 시기다. 여전히 켈리 리스크를 안고 있는 LG 얘기다.

기대만큼 실망도 큰 후반기 첫 등판이었다. 켈리는 지난 21일 잠실 SSG전에서 5이닝 5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전반기를 마치며 감독 면담을 자청했고 그 자리에서 스스로 문제점을 밝히며 반등을 다짐했다. 감독도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를 드러냈다.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여전히 실투가 많았고 실투는 여지없이 실점으로 이어졌다. 올시즌 19경기를 치르면서 6번째 5실점 이상. 지난해에는 27경기를 치렀고 5실점 이상은 2번에 불과했다. 켈리가 이전 같지 않음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당장 큰 변화는 없다. 주말 잠실 두산전에 맞춰 준비하고 마운드에 오른다. 호투하면 안도의 한숨은 쉬겠지만 한 경기로 확신을 갖기는 어려울 것이다. 부진하면 불 위에 기름을 부은 듯 부정론이 폭발한다. 29년 만에 찾아온 우승 기회가 선발진 붕괴로 사라지는 악몽과 마주할지도 모른다.

마냥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지난달 차명석 단장과 담당자가 미국에서 선수들을 봤다. 6월까지만 해도 높아진 선수 몸값과 한정된 계약 규모로 인해 “데려올 수 있는 투수가 없다”고 했다. 그런데 현재 차 단장은 다시 미국에 있다. KBO 단장 워크숍에 참석해 메이저리그(MLB) 제도 변화를 살펴본다. 귀국 예정일은 오는 27일. 그리고 일주일 후에는 MLB 로스터가 크게 요동친다.

한국 시간으로 8월 2일 오전 7시는 MLB 트레이드 마감일이다. 수많은 선수의 유니폼과 운명이 바뀐다. 우승을 바라보는 바이어 팀은 전력을 강화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셀러 팀은 즉시 전력감을 내주고 유망주를 받는다. 마이너리그 선수들의 운명도 이와 맞물린다. 트레이드 마감일 후 예상치 못한 콜업 대상이 될 수도, 소속팀 전력 강화로 인해 빅리그 진입문이 완전히 닫힐 수도 있다.

4년 전 관련 사례가 있다. 2019년 8월 8일 삼성은 캔자스시티 소속의 우투수 벤 라이블리를 영입했다. 트레이드 마감일 후에도 빅리그 진입 가능성이 보이지 않았던 라이블리는 아시아 무대를 바라봤고 삼성의 손을 잡았다. 이후 2021년 5월까지 총 37경기에 등판해 KBO리그 통산 평균자책점 4.14를 기록했다. 당시 삼성의 선택이 완전히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래도 라이블리처럼 8월초 태평양을 건너는 선수가 나올 수 있다.

선수가 나오면 차 단장 혹은 담당 직원이 다시 미국으로 떠날 것이다. 차 단장의 귀국 예정일이 연기될지도 모른다. 포스트시즌 무대에 설 수 있는 외국인 선수 등록 마감일은 8월 15일이다.

이별은 아프다. 구단 역사에 남을 활약을 펼친 외국인 투수와의 이별은 특히 그렇다. 그래서 켈리의 반등을 기대했다. 지난 4년 동안 KBO 최고 선발투수 중 한 명이었던 켈리의 반등이 베스트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이별의 아픔이 목표를 이루지 못했을 때의 아픔보다 클 수는 없다.

정상에서 후반기를 시작한 LG다. 켈리가 계속 부진하면 후반기 선두 사수가 어렵다. 포스트시즌도 마찬가지다. 가을에 특히 강했던 켈리인데 이제는 포스트시즌 호투도 장담하기 힘들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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